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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_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81128181757

독립영화, 아직도 목마르다

[이슈 인 시네마]10주년 맞은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 인터뷰

기사입력 2008-12-01 오후 6:37:20


독립영화 배급을 전문으로 하는 영화사 인디스토리가 지난 11일 10주년을 맞았다. 일개 영화사가 10주년을 맞은 게 뭐가 그리 대단한 가 싶을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인디스토리는 그냥 일개 영화사가 아니다. 최근에 시네마 달, 그리고 키노아이가 새로 설립되긴 했지만, 그 전까지 인디스토리는 국내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유일한 회사였다. 그간 인디스토리에서 배급한 영화는 단편 500여 편을 포함해 700편이 넘으며, 최근 평단과 관객 양측에서 호평을 받은 <은하해방전선>,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아스라이>, <나의 노래는>, <궤도> 등이 모두 인디스토리의 배급망을 타고 개봉했다. 물론 인디스토리의 필모그래피에는 김동원 감독의 기념비적인 걸작 <송환>, 등급보류로 표현의 자유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이지상 감독의 <둘하나 섹스> 등이 포함돼 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독립영화들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을 하게 된 데에도 인디스토리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컸다. 서울에선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던 시네마테크인 문화학교 서울의 사무국장 출신으로 인디스토리를 출범시켜 10주년을 맞기까지, 곽용수 대표를 만나 지난 10년간의 소회,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물어봤다.



▲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

- 인디스토리의 10주년은 한국 독립영화 역사의 10년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도 10주년을 맞았는데, 인디스토리를 설립했을 당시 과정 등을 이야기해달라.

문화학교서울에서 사무국장을 하고 있다가 96년에 인디포럼 영화제를 주관하게 됐다. 실무를 진행할 만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문화학교서울에서 시네마테크 활동을 하고 단편영화를 틀면서 알게 된 인력풀로 실무팀을 짜서 일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립영화 감독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제작이야 감독들이 어찌어찌 한다고 해도 배급과 유통의 경우 시스템도 안 돼 있고 감독들도 막연해하던 상황이었다. 이를 따로 관리할 단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김동원 감독이 구속되고 한독협이 만들어지면서 배급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처음에는 이걸 한독협에서 받아안고 가야할지, 아니면 밖에서 따로 진행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나를 포함해 당시 활동했던 네 명 정도가 모여 나름의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한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회의를 했다. 98년에 한독협이 생긴 뒤 약 한 달 간 작업을 해서 반은 사명감으로, 반은 재미있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당장은 자본이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문화학교서울의 운영비로 인디스토리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문화학교서울도 비영리단체다 보니 공간운영 등의 문제도 있었고, 인디스토리도 (운동)단체의 성격보다는 안정적인 구조와 전문적인 인력으로 회사의 성격을 갖는 게 더 낫겠다 판단이 됐다. 그래서 1년 정도 후 주위의 도움을 받아 법인으로 전환을 했다. 그렇게 문화학교서울에서 분리해서 따로 인디스토리를 시작하게 됐다.

- 사실 많이들 인디스토리와 인디스페이스, 한독협을 별로 구분하지 못 한다. 공동으로 하는 행사도 많지 않나.



많이들 헷갈려 하신다. 이쪽 독립영화의 영역 혹은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이나 정책이나 사업도 같이 가는 부분이 많다보니 자꾸 겹치게 되는 게 사실이다. 각자 색깔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다. 인디스페이스는 극장이고, 한독협도 배급지원센터를 통해 공동체 상영이나 커뮤니티를 조직, 유지하는 등 공공 영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우리의 경우 독립영화 시장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일반관객과 상업영화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어쨌든 인디스토리는 배급사고 인디스페이스는 극장, 한독협은 단체로 각각 정체성은 다르다. 다만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터라 예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고, 함께 하는 사업이나 고민들이 많을 뿐이다.

- 이번에 10주년을 맞아 발매한 DVD를 보니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가 포함돼 있더라. 옛날 영화월간지 '키노'에서 대대적으로 기사를 실었던 기억이 난다.

그 DVD는 정식 판매용은 아니다. 대놓고 팔기엔 논쟁적인 영화들이 많다. <엄마의 사랑의 끝이 없어라>도 당시 가장 센세이셔널했던 영화다. 덕분에 영화를 만든 영화집단 '파적'도 유명해졌고.

- 파적이 당시 길거리 여성 흡연시위를 주도했던 것도 기억난다.

삼성단편영화제에서 정성일 평론가와 '키노'가 발굴했던 영화라 할 수 있다. 젊은비평가상에 해당하는 시네마테크상을 제정했는데 그때 수상작이었다. 나는 정윤철 감독의 단편 <기념촬영> 쪽에 손을 들어줬지만.

- '키노'가 나오고 하던 시기만 해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양분되지는 않았지 않나?

글쎄, 그때가 더 심했지 않나? 그땐 장편 독립영화가 거의 없었다. 장편이라 해봤자 거의 다큐멘터리고, 시절이 하 엄중했던 때니 내용도 그렇고, 보기도 힘들었던 때다. 그러니 관객들이 볼 수 있었던 건 소형영화, 단편영화 정도였고. 가끔 충무로에서 문제작들이 나오긴 했지만, 그것이 독립영화라 규정됐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상업영화권 내에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 정도?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분리됐던 시절이라 생각한다.

- 물론 제작 면에서는 그렇다. 당시 서영집, 노뉴단 등이 주로 다큐멘터리들을 만들었고 대부분 투쟁기록들이었으니까. 그러나 당시는 예술영화에 관객들이 모이던 시절이기도 하지 않나. 단편영화를 일종의 예술영화로 생각해서 영화제 등에 부지런히 사람이 모이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당시 독립 장편 극영화는 거의 없었지만 예술영화가 어느 정도 영역이 있긴 했다. 저예산영화나 독립영화들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예술영화에 관심이 이를 대체하곤 했지. 사실 그 시대는 소프트웨어가 만족시켜주지 못하던 때다. [세계영화사] 같은 책에서 자주 거론되는 영화들도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단편영화나 아트영화에 대한 관심이 몰렸던 것 같고. 지금은 많이 노출돼 있고 쉽게 볼 수 있으며, 어쩌면 오히려 너무 많아서 따라가질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시대가 달라진 듯하다. 어떻게 보면 더 독립영화, 단편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커뮤니티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 같고. 이것을 확대해 나가는 게 우리 숙제인데 쉽지는 않은 문제다.

- 인디스토리는 엄연히 회사인데, 한편으로 운동에 뜻을 많이 두고 있는, 일반적인 회사는 아닌 듯하다. 독립영화와 관객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장 예민하고 정확하게 보고 있는 듯한데, 과거에 비해서 어떻게 보는가?

정확하게는 아니고 예민하기는 하다. 최근 2, 3년 한국영화가 어려워지면서 독립영화도 상황이 함께 가는 것 같다. 관객들의 태도를 보자면, 예컨대 "한국영화 재미없다, 안 본다, 돈이 남아돌아서 이런 영화를 만드나" 식의 불만들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대신 독립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보거나 헐리웃 영화를 보러 간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도 않고. 산업적으로 보면, 과거에는 예를 들어 부가판권 시장이나 방송 등 때문에 그래도 길이 있었는데, 시장이 이렇게 되면서 결국 우리도 막혔다. 방송사에 돈이 없으니 영화를 구매하지 않는다. 예전에 구매를 많이 할 땐 독립영화도 잘 샀는데, 한국영화를 전반적으로 안 사면서 독립영화는 더 안 사는 상황이 된 거지. 시청자들도 한국영화보다 다들 미드를 보지 않나. 정책 면에서도 과거엔 여러 가지 지원이 있었는데 이것도 바뀌었다. 지원이 없어지는 것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독립영화 관객은 층이 약간 다르지 않나.

그렇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안에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더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 우리 카페는 회원이 약 2천 명이다. 스폰지의 카페는 회원이 5만인데, 사실 그 정도는 돼야 안정적인 층이라 할 수 있다. 데이터도 뽑을 수 있고. 2, 3천명으론 어림없다. 이건 우리뿐 아니라 인디스페이스나 상상마당, 서울아트시네마 등 모두가 똑같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나마 콘텐츠가 계속 따라와주니 좀 낫긴 하지만. 좀 더 배가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 필요하다. 아직까진 적고 부족하다. 시장이 더 커져야 한다.

- 인디스토리가 작년부터는 거의 한 달에 한 편씩 개봉시키던데.

재작년까지만 해도 2개월에 한 편 정도였는데, 인디스페이스가 생기니까 과연 이걸 상영할 수 있을까 싶었던 영화도 다 개봉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관객수가 오히려 떨어지는 역효과도 나긴 했지만. 영화가 줄어들거나 없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영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오히려 문제는 공간 하나에서 만족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 서울 외의 지역에서는 아트플러스 아니면 지역 예술영화관에서 겨우 상영되는 형편이다. 극장 쪽에서도 부족하다고 많이 느낄 것이다. 지금 인디스페이스에 우리 영화가 다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 최근에 우리 말고도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가 두 개나 더 생겼다. 그게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영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극장수로 그걸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 '시네마 달'과 '키노아이'가 새로이 독립영화 전문배급사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유일한 독립영화 배급사였다가 새로 생긴 만큼, 서로 협력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시장도 작은 상황에서 경쟁이 심화되지 않겠는가.

인디스토리를 해오면서 힘들었던 게 하나는 재정적인 면이고, 또 하나가 우리밖에 없으니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었다. 오해를 받기도 하고, 짐도 컸다. 그런 것들이 덜어진 셈이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론 당신 말대로 시장이 작은 상황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두 회사 모두 아는 친구들이고, 만들 때부터 함께 얘기하고 고민했기 때문에 많이 의논하며 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걱정되는 건 시장이 작고 정책적인 지원도 내년부터 더 어려워질 게 뻔한 상황에서, 우리도 어렵겠지만 이제 막 새로 시작한 그 회사들이 우리보다 더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 최근엔 수입과 제작도 많이 하고 있는데.

맞다. 미로비전이 단편영화 전문 해외세일즈 회사를 표방하던 당시에 우리가 독립영화 전문배급사를 표방했던 건 향후 단편뿐 아니라 장편영화 배급도 해야겠다고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독립 장편 극영화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2002년에 첫 장편인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를 개봉하게 됐다. 재미도 있고 단편영화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도 있더라. 돈이 된다기보다는, 여러 다른 점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지점이 생겼달까. 워낙에 장편이 없던 상황에서 2002년까지 총 4편을 개봉하고 나니 마냥 좋더라. 그런데 이듬해인 2003년엔 한 편도 없는 거다. 안 되겠다 싶어 수입을 생각했다. 이전부터 아시아 독립영화 네트워킹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권의 독립영화 수입해보자 생각했다. 내가 일본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부산영화제에서 알게 된 감독들도 있고, 국내관객들에겐 아직 일본영화가 새로울 때였다. 그래서 제작된 지 좀 지난 영화를 두 편을 샀다. <미안해>와 <달빛 속삭임>이 그것인데, 각각 2005년과 2006년에 개봉했다. 그리고서 문화학교서울을 하던 때의 씨네필적 감성이 묻어있는 <애프터 미드나잇>도 수입해 작년에 개봉했고. 세 편 다 잘 됐다.

제작은 모든 영화하는 사람들의 꿈이지 않나. 문화학교서울 시절부터 어떻게 하면 독립영화 방식으로 제대로 된 안정된 시스템으로 제작할까 고민해왔다. 회사가 일정정도 궤도에 올랐다 생각해서 자체 기획한 아이템과 외부 감독이 지원을 받은 아이템으로 <눈부신 하루>와 <팔월의 일요일들> 두 편을 동시에 제작하게 됐다. 둘 중 어느 것이 우리의 진짜 첫 작품이냐고 농담을 하곤 했다. 우리가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지원과 협찬을 받아서 제작한 거라 흥행부담도 적었고, 손해를 본 건 있지만 즐겁게 했다. 그 뒤 MBC 드라마넷과 함께 <판타스틱 자살소동>을 공동제작했다. 방송과 영화, 주류와 비주류 등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양한 영화, 문화가 만들어진다. 서로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조건으로 앞으로 공동제작을 더 해볼 예정이다. 지금은 다섯 번째 작품을 준비중이다. 최지영 감독이라고, 영상원 출신인데 인디스토리 10년만에 처음으로 여자감독과 작업한다.

- 얼마 전 개봉한 <피아노, 솔로>는 인디스토리가 수입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싶던데.

솔직히 우리 색깔에 살짝 맞지 않는 영화인 건 맞다. 수입한 영화 중 가장 그런 것 같다. 지금 수입해놓은 다른 영화 두 편도 영화를 찍는 얘기거나 아이들이 소리로만 들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니까. 수입을 본격적으로 해보자 했을 때에는 이미 수많은 배급사들이 있는 시기였다. 다만 <애프터 미드나잇>을 하면서 일정정도 예산을 확보해서 올해 처음 베를린 마켓에 갔다. 거기서 <애프터 미드나잇>의 해외 배급사를 만났는데, 영화가 잘된 것에 대한 일종의 고마움의 표현으로 다른 두 편과 함께 그 배급사에서 산 작품이 <피아노, 솔로>다. 개인적으론 욕심도 있었다. 우리 색깔은 아니더라도 돈 좀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예전에는 단관용으로 필름을 하나씩만 가져왔다가 이번에는 필름도 세 개를 가져왔는데 결국 망했다.

- 인디스토리의 색깔을 확장하려는 시도였는가?

그렇다. 제작을 위해 개발하려는 아이템을 봐도 블록버스터나 상업영화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재미가 있는 영화, 예산이 좀 들어가야 하는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20억이 넘는 영화는 아니지만, 규모가 좀 있는 것도 우린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아예 거부하는 게 아니다. 확장의 시도다.

- 그럼 기존의 다른 제작사, 배급사와의 차별성이 약해지지 않겠는가.

우리가 이제껏 10년을 해왔는데, 그렇다면 인디스토리 색깔은 뭐냐고 했을 때 여전히 불분명하다. 독립영화라는 큰 틀에서 흡수될 수 있는 영화들이었던 거지 그 안에서는 성향도 장르도 매우 다양했다. 앞으로의 10년도 아마 여전히 우리 색깔이 뭔지 찾아가는 기간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색깔만 가지고도 얘기할 수 있고 풍부해질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져야겠지만. 다 과정이라 생각한다.

▲ 송환
▲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 아시아 독립영화 네트워크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 사실 부산영화제에 많은 영화들이 와도 상영이 끝나면 다 사라지지 않나.

사실 대책도 없고 우리들끼리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다가가야겠지. 유럽만큼 행복하진 않지만 아시아에선 우리나라가 그래도 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 좋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 정도의 영화 시스템이나 환경들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하는데, 우리가 견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시아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일본과 홍콩, 중국 등의 동아시아 중심권이다. 이쪽으로는 꾸준히 교류하는 라인들이 있다. 대만에서는 다큐멘터리들이 활발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몇몇 중점적인 나라들로부터 시작해 연대를 확장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현재 교류하고 있는 라인들과는 신뢰를 구축해놓고 있다. 처음엔 교류 위주겠지만,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이후 공동제작이나 공동배급 등 같이 할 수 있는 걸 찾아야지.

- 근래의 독립영화들은 다소 사적이고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 쪽으로 편향돼 있는 듯하다.

옛날 단편영화의 흐름들이 장편에도 반영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매체가 보편화되면서 얘기가 길어져 장편이 되거나,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부분들이 테크닉적 측면에서 해결된 것도 있다. 기존에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었던 독립영화만의 참여, 가치저복적 가치관이 주류에 매몰되는 경향도 분명 있지만, 매체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풍부해졌다고 본다. 다 과정이라고 본다. 하나의 흐름으로 일별되기보다는 아직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고 전체적인 환경 변화와 맞물려있다.

- 뉴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글쎄, 내 판단이 과연 맞는 건지 잘 모르겠을 때가 많다. 채널이나 윈도우에서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도움은 사실 별로 안 된다. 장점이 있다 해도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수입구조가 되진 않는다.

- 부산영화제에서 그 주제를 가지고 세미나가 열렸을 때 패널로 나와서 발언은 별로 안 하던데.

다들 의욕적으로 시작은 하고 있지만, 다운로드 사업이 잘 되려면 불법 다운로드가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이걸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지 않나. 막을 수 있다면 긍정적인 범주가 생기겠지만. 우리도 개봉한 영화 다섯 편이 씨네21 다운로드 사이트에 갔는데 그 중 딱 한 편이 BEP를 넘고 순익을 낼 것 같다. 그것도 에로 코드가 있는 영화여서다.

- <살결> 말인가.

맞다. 영화를 만드는 게 아직 다들 개인적인 스타일로 제작하곤 하는데, 그런 면에서 오히려 기획적인 아이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독립영화적인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시장에서 먹히고 재미도 있는 영화들이 더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김동원 감독 말대로 지금은 독립영화게 1년에 한두 편 정도만 회자될 뿐이다. 그런 영화가 1년에 네다섯 편만 나와줘도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질 거다.

- 조만간 개봉할 예정에 있는 영화들을 소개해 달라.

이번에 <피아노, 솔로> 때문에 처음으로 '이주연의 영화음악'에도 출연했는데, 이 영화가 안 된 건 많이 아깝다. 영화들이 워낙 많이 나올 때 개봉해서 전회상영도 못 하고. 새로 개봉한 <동백아가씨>가 잘 됐으면 좋겠다. 인디스페이스나 상상마당도 이제 1년 지난 상태고, 극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은 힘들겠지만. 12월 22일에는 <리튼(Written)>을 개봉한다. 지난 번 키노아이가 <슬리핑 뷰티>를 개봉할 때 그랬던 것처럼 처음으로 다운로드랑 같이 단관 개봉한다. 이건 영상이 꽤 강렬한 작품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은하해방전선>과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같이 붙여서 개봉할 것이다.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다큐멘터리만 세 편을 개봉한다. 1월엔 우리의 기대작인 <워낭소리>가 개봉한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상도 탄 영화인데 과연 우리를 밥 먹게 해줄 수 있게 해줄지. <우리학교>의 고영재 PD가 프로듀서를 맡은 영화다. 이게 잘 되면 인디스토리도 2009년을 기분좋게 출발하게 되는 셈이다. 2월에는 일본에 계신 정신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개봉시킬 예정이다. 내레이션이 너무 방송극 같아서 문소리 씨에게 부탁해 내레이션을 다시 입히기도 했다. 3월에는 <할매꽃>을 개봉한다. 빨치산 때문에 둘로 분열된 동네에 관한 얘기다. 다큐멘터리 배급사도 새로 생겼는데 어째 우리 2009년 시작이 다 다큐멘터리다. <송환> 이후로 우리가 한 작품들 중 가장 재미있는 기간이 될 것 같다. <할매꽃>은 좀 걱정스럽긴 하지만.

- 10년 후에 20주년을 맞은 인디스토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이를 더 먹고 계속 깜빡깜빡거리며 살겠지.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박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영어를 좀 해서 아시아 독립영화 하는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신뢰가 만들어진 모습이었면 좋겠고. 예컨대 홍콩의 독립영화 친구들과 내년엔 어떤 영화 만들고 개봉할까, 그런 애길 편하게 할 수 있거나 말이다.

/김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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