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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이마주
[인터뷰] 독한 독립영화 맛 좀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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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毒립영화, 맛 좀 볼래?’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하는 2010 서울독립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껏 독기를 머금은 듯 보인다. 사실 전례 없는 예산삭감 등, 지금 서독제는 축제를 앞두고도 마음껏 들뜰 수만은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있다. 이에 영화제를 코앞에 둔 서독제의 조영각 집행위원장을 만나 영화제와 한국의 독립영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숙현(이하 현) : 일단 예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고 싶다. 이번 서독제는 처음으로 정부의 지원 없이 진행된다고 알고 있다. 예산은 늘 변동이 있는 것이고, 특히 최근에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지원이 0으로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조영각(이하 각) : 간단히 말해 (예산 지원을)못 받은 거다. 작년에 감사원으로부터 집중적으로 감사를 받았다. 사무국장이 14번인가 불려갔고, 나도 몇 번 갔다. 일 년 내내 받은 것이다. 거기서 영수증 처리라든지 돈을 잘못 집행한 부분이 발견됐다. 물론 표적 감사의 성격이 강하고,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게 파도 안 나오게 했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나 용도 외로 돈을 유용하거나 다른데 쓰거나 한 게 아니라, 고스란히 사업비로 쓰였는데, 그런 부분들을 인정을 안 해주는 거다. 그래서 지금 심사청구와 법원 항고 등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현 : 2009년에 <똥파리>나 <워낭소리>가 히트를 치면서 당시 독립영화계가 크게 고무됐었고, 그 기점으로 독립영화의 기반이나 내실이 달라질 것이라는 어떤 기대들이 존재했는데, 그로부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상황이 도래했다.

각 : <똥파리>와 <워낭소리> 같은 영화들의 성공은 그간의 독립영화의 성과들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꼭 영화에만 있어서가 아니라 독립영화의 환경이라던가,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결과인 것 같다.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들이 만들어졌고, 또 당시는 공교롭게도 인디스페이스가 존재했다. 그동안 꾸준히 필요성이 요구됐던 독립영화 전용관, 미디어센터, 독립영화 제작지원 같은 정책과 환경이 맞아떨어지는 그런 분위기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었던 환경이 형성되었었다. 사실 독립영화계 쪽에서도 이제 갖출 것은 갖췄는데 아직 블록버스터가 없다는 말이 내부적으로 있었다. 눈에 띄는 흥행작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영화들이 그 시점에 나왔고, 그 중심에는 인디스페이스가 있었다.

문제는 그 때를 기점으로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봐도 (서독제가) 정부에 순응적인 단체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지원을 해 준다 해서 그것이 표로 돌아온다거나, 정치적인 셈법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본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쨌든 지원 예산은 있고, 지원은 해야 하겠는데, 한독협이나, 인디포럼, 미디어센터, 서독제는 (자신들의 입맛에) 아니라고 본 것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발언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유인촌 장관과 나경원 의원이다. 나경원 의원은 '한국에 <워낭소리>도 있고 <똥파리>도 있는데 왜 독립영화 전용관이 하나밖에 없는가?'라는 발언도 했다. 그 이후에 영상자료원이 독립영화 상설 상영관이 되고, 아리랑 시네센터가 제2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지정됐다. 독립영화를 둘러싼 이슈 파이팅의 관점으로 본다면,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은 투자대비 효과가 가장 큰 사업일 것이다. 쉽게 말해 5천만원짜리 영화가 100억을 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에 대한 필요는 알고 있지만, 한독협이나 지금까지 독립영화를 이끌어 왔던 단체들은 배제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이, 공모라는 절차만 봐도 그렇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된다.

현 : 이번 서독제에 630여 편이 접수됐다고 들었다. 작품들은 다 보았나? 예선 심사 기준은 어떻게 되나

각 : 예전엔 다 봤는데 지금은 도저히 못 보겠더라. 올해는 장편과 단편으로 팀을 나눴다. 장편 50편은 다 보고 단편은 200편정도 보았다. 예심을 최소 2명이상 1조로 토론을 통해 영화를 선정하고, 혼자 심사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평론가와 감독, 여성 남성, 이렇게 2인 1조로 진행해서, 1차, 2차에 걸쳐서 진행하는 식으로 치밀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현 : 이번에는 감독들이 주로 어떤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가?

각 : 일단 용산 문제. 경쟁 장편에 용산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가 두 편이나 있다. 원래는 둘 중에 하나만 상영 하려했는데, 둘 다 너무 좋았다. 문정현의 <용산>은 감독 자신이 다큐 감독이고 사회적 문제에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지만 (용산 사태 당시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상황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용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화 세대들이 용산은 왜 이렇게 쉽게 잊으려 하는가? 광주와 용산은 어떻게 다른가? 이런 주제들에 대해 30대 감독의 아이덴티티로 다룬 작품이고, 오두희의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50대 아주머니의 시선으로 바라 본 것이다. 그 감독은 철거민을 도우려는 마음에서 몇 달을 그 곳에서 먹고 자고하면서 영화를 찍게 됐는데, 철거민 사이에서 내부적인 갈등이나 경찰과 철거민이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다. 두 영화가 같은 공간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다른 화법을 보여주는 것이 흥미롭다. 예전에는 용산 같은 사안이라면 무조건 투쟁적 관점에서 찍기 마련인데, 사실 이제는 그런 건 재미가 없다. 물론 그런 영화를 보고 관객이 진심으로 느끼고 눈물을 흘릴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서 내면화를 끌어낼 수 있는 부분에 많은 감독들이 고민하고 있다. 이강현 감독의 <보라>도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인데,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다룬다. 사실 매스컴 통해서 다들 알 것은 알지 않는가. 그런데 이 감독은 산업재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조사자는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 산업재해 걸린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이런 부분들을 미시적이면서도 전체를 포괄하는 관점에서 파고든다. 영화가 규모 있으면서도 디테일하다. 같은 맥락에서 <청계천 메들리> 같은 영화도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두고 쇠와 공간, 청계천이라는 공간과, 쇠에 대한 기억, 자기의 기억들을 연결시켰다. 분명한 것은 최근 다큐멘터리 독립영화들의 화법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극영화는 예전보다 감독의 주관적인 감정이 더 섬세해졌다. 예를 들어 <혜화,동>은 줄거리가 한 마디로 정리가 안 되는 영화다. 미혼모에 관한 영화인 것 같기도 하고, 사랑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굉장히 모호하고 미묘한 감정을 수반한다. <평범한 날들>도 주제는 제목 그대로 굉장히 평범한데, 분명한 순간을 집요하게 포착한 어떤 독특한 느낌들이 있다. <휴일>같은 경우도 배경이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인데, 그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무기력해지고 건조한 삶을 사는지, 굳이 기름 유출 사건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유추할 수 있는 감정이 들어있다.



양석중 (이하 양) : 어떤 사건들이 충분히 영화에서 다뤄지려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용산 참사와, 4 대강을 둘러싼 일들이 벌어졌고,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이제는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올해 도드라지지는 않더라도, 발견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상영작들의 대략의 경향을 알고 싶다.

각 : 아까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왜 과거이야기를 하는가? 올해가 5.18 민주화 운동 30 주년이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이미 그런 인터뷰들은 다른 영화들에서도 다뤘고, <첫사랑-1989, 수미다의 기억> 같은 경우도, 89년에 복직 투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왜 옛날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사건만 보여줬다면, 이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부분이 깊어진 것 같다. 극영화에서 철거민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그런 것을 공포 영화로 보여준다거나. 자기 독백으로 보여준다거나. 그런 영화들을 고민하는 시간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양 :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억압이 강해질수록 초현실주의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영화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1차 대전 이후 독일 영화들, 2차 대전 이전의 영화들.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영상으로 나타낸 영화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2008 년도 이후, 어쨌든 갈등이나 억압이 강해지면서 올해에 이르러서 그런 경향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나름 기대한 부분이 있다.

각 : 올해는 특히 실험영화가 많다. 미디어아트와 접목된 작품도 많고, 드라마투르기에 의존하지 않은 영화들이 많다. 그러한 경향들이 다시 주목받을 때가 되었다. 최근까지 단편 영화까지도 스토리텔링에 과도하게 집착했는데, 이제 좀 바뀌는 것 같다. 무엇을 이야기하는가가 중요한 것인데. 뭔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지만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적절하게 있었다.

양 : 작년 작품이지만, <호수길> 같은 영화가 그랬다. 스토리텔링 없이, 마치 외계인이 만든 것처럼 보였다. 시선 자체가 그렇다. 철거 장면을 보여줄 때, 전혀 비극적이지 않다. 마치 생전 처음 포크레인을 보는 사람이 마치 생물체를 바라보듯 찍었다.

각 : <호수길>은 극도로 자기감정이 배제된 영화다. 올해는 <보라> 같은 영화가 그렇다.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보여주면서 그 현장을 보여주거나 구조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현 :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가?

각 : <무산 일기>. 탈북자 이야기인데, 자본주의의 비인간성, 탈북자가 생존하기 위해 변해가는 모습, 이런 것들이 드러난다. 탈북자를 다룬 영화가 두 편이 있다. <무산 일기>와 장률 감독의 <두만강>이다. 두만강을 건너서 중국 연변으로 가는 탈북자들 이야기. 탈북자들로 인해서 그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그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영화이고, <무산 일기>같은 경우는 서울 한복판에서 탈북자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영화다. <뽕돌>은 제주도에서 시나리오도 없고 카메라도 없는 사람들이 영화를 찍는 과정을 다룬 코믹 드라마 영화인데, 100% 제주 방언으로 만들어져서 한국어(표준어) 자막이 필요한 영화다. 표준어 자막 들어간다.(웃음) 그리고 <종로의 기적>. 커밍아웃한 게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들이 이성애자들의 삶과 어떻게 다르고 같은가? 어떻게 놀고 싸우고 생활하는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김종관 감독의 단편 <바람의 노래>도 있다.




현 : 아마 우리나라에서 독립영화를 그 누구보다도 많이 보고, 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가 미래 영화의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데, 대중과 독립영화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각 : 대중의 감각과 선천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영화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이 있다. 영화에 따라 다르다. 물론 상업영화도 그렇지만,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상업영화에는 분명한 타깃과 목적이 있는 반면 독립영화는 그렇지 않다. <똥파리>의 예를 들자면, 양익준 감독이 자기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하고 싶었고,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지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우선된 것이다.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은 대중으로 섞이는데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영화가 관객을 찾아가려는 순간, 상업영화를 닮을 수밖에 없다. 다만 자기 열망과 창작 욕구를 가지고 만든 영화들이 있고, 그런 영화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중얼거릴 때 누군가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중요한건 그런 영화들이 나와서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든가 환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화제. 독립영화 감독들이 관객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본다면 실험 영화들이 더 소통에 대해 목말라 하고, 고민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관객을 따라 가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관객을 만날 때 한계는 분명히 있고, 결과적으로 십만 백만이 아닌 작은 목표를 가지고, 작은 예산으로 만들어진다. 꼭 개봉하지 않더라도 영화제나 페스티벌이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반응이 좋으면 개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뽕돌> 같은 영화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어처구니없고, 황당한데 재미있다. 영화제를 통해서 배급자를 만난다거나, 극장을 잡을 수 있어서 서울에서도 개봉하고, 제주에서도 개봉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영화들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영화제의 기능이다.

 
진행: 조숙현

사진.정리: 양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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