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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효숙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다큐멘터리 < 나비와 바다 >.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재년 & 우영 커플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가부장적 관습 속에서의 '결혼'이라는 제도가 장애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죠.
< 나비와 바다 >는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대상인 '피프메세나 상'을 받았습니다.



[다큐 KMDb] >> 기사원문보기  
나비와 바다 (박배일, 2011)





2010년 소외된 이웃인 문전수거 환경미화원의 삶을 따뜻하게 담아낸 박배일 감독은 2011년에도 주변화된 장애인들의 삶과 사랑을 조심스럽고 섬세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나비와 바다>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재년과 우영의 결혼 과정을 담고 있다. 8년간의 오랜 만남 이후 다가온 결혼이라는 관문. 그 앞에서 재년과 우영 커플의 모습은 가부장이란 제도 안에 갇힌 한국의 여느 남녀 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며 각종 이벤트를 선사하는 우영. 그런 우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흔의 나이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혼자가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반면 처음에는 프로포즈를 받고 마냥 설레이던 재년은 시간이 갈수록 결혼에 대한 부담으로 좀체 답을 내지 못한다. 우영 앞에서 이쁘게 보이고자 화장을 하던 그녀는 우영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고 시댁에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결혼 날짜마저도 자기 마음대로 잡지 못한다. 이 속에서 재년을 받아들이는(!) 시어머니의 인터뷰가 덧붙여지면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불러오는 가부장적 관습에 점점 숨이 가빠온다.


이렇듯 <나비와 바다>는 가부장적 관습 속에서 결혼이란 제도가 장애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님을 가부장스럽게 담고 있다. 영화는 재년의 관점을 배제한 채 주로 우영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영화 전반부는 우영이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로 우영의 두려움과 외로움이 담겨져 있고, 결혼이 결정되면서는 장애인 아들을 둔 시어머니의 관점이 가시화된다. 반면 재년의 입장은 가까운 지인들을 통해 짐작케 할 뿐이다. 마치 결혼 생활에서 아내와 며느리와 어머니의 역할이 그러하듯 그녀는 주변화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결혼 전 재년이 튜브를 타고 바다에서 부유하는 장면은 제목에서 연상되는 김기린 시인의 <나비와 바다>가 떠오르면서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그렇다고 영화는 결코 재년과 우영 커플의 이야기를 필요이상 과잉하거나 이들 관계 속으로 파고들어가 바라보지 않는다. 장애우 커플로서 가벼운 외출에도 늘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영화는 작은 배려로 타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그런 응시의 시선을 거두고, 그대신 곁에서 지켜보는 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3년여 촬영과 이웃이라는 친밀한 관계 속에서도 카메라는 때때로는 그들 내면이나 관계 속에 들어갈 법도 한데 그때마다 카메라는 저 멀리 풍경을 잡아내며 슬쩍 자리를 피해주고 있다. 조용히 배려해주고 지켜주는 따뜻한 시선. 그 시선이 이 영화 속에는 스며들어 있다.


김기린 <나비와 바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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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정보

나비와 바다 박배일|2011|89min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재년(제제)과 우영(노인네)이 드디어 7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결혼을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