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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인터뷰 전문 보러가기 >>


2013년 회원소식지 <사람 사는 세상>에 게재한 태준식 감독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펜의 폭력 휘두르는 언론은 깡패집단일 뿐 
시민들이 ‘우리의 언론 만들기’ 동참했으면”

‘야만의 언론’ 다룬 다큐 <슬기로운 해법>의 태준식 감독




“언론도 달라져야 합니다. 더 이상 특권을 주장하고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할 것입니다.…언론은 마지막 남은 개혁의 과제입니다.”(2007년 6.10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 발전에서 언론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그래서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언론에 굴복하지 않고, 외려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했다. 처음이었고,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언론은 정치인·대통령·농부 노무현에게 조롱과 야유, 왜곡과 거짓의 정치적 공격, 폄훼와 비난을 퍼부었다. 거대한 수구세력과 결탁한 막강한 언론의 야만적인 힘 앞에, 서민에게 사랑받았지만 ‘비주류의 비주류’ 출신이었던 노 대통령은 꽃잎처럼 스러졌다.

비주류 대통령과 주류 언론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를 비롯한 언론이 노무현을 짓밟은 ‘역사’를 기록한 책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김성재·김상철 공저, 2010. 책보세)을 모티브로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 <슬기로운 해법>(태준식 감독)이 그것. <슬기로운 해법>은 지난 10월 중순 경기도 일산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첫 공개됐다. 90분 동안 상영된 다큐영화 <슬기로운 해법>에는 노 대통령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야만의 언론…> 공저자이자 영화를 기획한 김성재 전 한겨레신문 기자(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가 태준식 감독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슬기로운 해법>이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출품해 첫 선을 보였습니다.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감부터 말씀해주시죠.

“글쎄요. 호평은 별로 없었던 거 같구요.(웃음) 아무래도 첫 번째 공개이고 다큐멘터리 영화제라 작품을 꼼꼼히 보는 작가들과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좋았다는 칭찬도 들었지만 작품에 대한 꼼꼼한 평가도 많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완성해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과정 중 아주 중요한 첫 단계를 밟았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 감독을 맡기로 결정했을 때 ‘아,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게 있었나요?
“가장 먼저 떠오른 키워드는 ‘생각의 다양성’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진짜 자신의 생각인 양 알고 있지만 사실 그 생각이라는 것이 어느 한 세력에 의해 발화·조정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평소에 했습니다. 그 배후에는 언론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구요. 그 짐작의 원인을 나 스스로 알고 싶었고 사람들과 이 작품을 통해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노무현, 우리 시대의 활동가

이 영화에 여러 출연자가 나와 인터뷰했는데, 그중에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와 생각이 있죠. 노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약간 엄한 이야기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긴 날, 사실 저는 노 대통령 꿈을 꿨습니다. 제가 지지한 후보는 아니었지만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그의 당선 자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큰 활력소가 된 것이 사실인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 이후 노 대통령의 집권 시기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비판하고 고민하고자 했던 작가이자 활동가였습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웃음) 그래서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대통령이었던 시기에 대해선 여전히 불편하고 비판적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떠나가신 날만 되면 항상 생각이 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어요. 한 사람의 정치인을 사랑하고 비판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그래서 작품 속 내레이션(narration)에도 쓰긴 했지만, 굉장히 뛰어났던 우리 시대에 중요한 활동가 한 분을 잃은 건 아닌지, 항상 우리들의 위치와 방향에 대한 고민의 한 지점에 계시는 분 같습니다.”

조중동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을 맡기 전, 조중동에 대한 생각은 어떠셨어요? 그리고 영화제작을 거의 다 마친 뒤에 생각이 처음과는 달라졌다거나 진화했다거나 하는 점이 혹시 있다면요?
“조중동이 하는 코미디 같은 짓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단지 이것은 코미디가 아니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정도에 비추어 그들이 펜의 힘으로 어떤 짓을 할 지 두려웠습니다. 동시에 그 폭력을 통해 하나의 권력집단으로 살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는 집단이라는 것도 알았죠. 여기에 비해 이 깡패집단 같은 곳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우리사회 공공의 노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슬기로운 해법’ 가식과 진심

이 영화 제목이 <슬기로운 해법>인데, 영화를 보면 왜 이런 제목이 잡혔는지 알 수 있습니다만, 영화를 못 보신 독자와 관객들을 위해 설명해주시겠어요?
“2009년 5월 중앙일보가 한 기획시론을 시작합니다. 그 말머리에 중앙일보가 한 인물(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에 대해 ‘슬기로운 해법’을 주문하는데요. 저는 중앙일보의 이런 가식적인 주문에 대해 우리들의 주문은 어떠해야 할까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슬기로운 해법’은 어찌 보면 ‘언론운동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의 결과로 나온 제목이기도 합니다.”

영화제 상영 때에도 어떤 관객이 물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조중동 언론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해법’이란 무엇이냐. 여기에 대한 답을 갖고 계신가요? 어떤 답인가요?
“저도 어떤 확신에 찬 답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일개 작가에 불과합니다. 다만 저는 질문을 잘 던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 만들면서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삼성이었습니다. 삼성이 언론사에게 광고 이외에 제공하는 협찬비와 경영지원비의 실체를 찾고 싶었지만 근거를 어디서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인터뷰이(interviewee)를 찾고, 사전 취재를 하고, 섭외를 하고, 기타 작업을 위한 스태프들을 수배하는 과정에서 삼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두 번씩 어떤 일들이 실패로 돌아갈 때 그만두고 싶은 맘도 들었지만, 어찌 보면 이것이 삼성이 만들어놓은 몹쓸 신화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다잡았습니다.”

나쁜, 몹쓸, 깡패언론은…

영화감독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1세대 할리우드 키드’였다고 해야 하나요? 자연스럽게 꿈이 감독이었고 그걸 하기 위해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 같습니다. 학생 때는 선배들을 잘못 만났습니다. 영화동아리인 줄 알고 갔더니 날아오는 돌과 날아가는 화염병을 카메라로 찍는 일을 했었죠. 그러다 보니 제 카메라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 자신의 길을 가는 분들이었고, 저 또한 작업의 방향이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앞으로 <슬기로운 해법>을 보실 관객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곳 언론의 비뚤어진 현실은 언론이 ‘기업’이라는 비극적인 본질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그것이 쉽게 바뀔 수 없는 비극적인 본질이라면 우리 스스로의 언론을 만드는 것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떤 것일까 같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자신들의 신문을 만들고, 라디오를 만들고, TV를 만들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말이죠. 중요하게는 나쁜, 몹쓸, 깡패언론은 일상에서 퇴출시키려는 실천을 같이했으면 좋겠네요.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개봉하면 극장으로 많이 찾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글/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김성재
사진/객원 포터그래퍼 이선종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과 다큐영화 <슬기로운 해법>에 관하여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은 전직 기자이자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김성재·김상철이 쓰고 지난 2010년 1월 출간된 책입니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전부터 재임 중, 퇴임 후에 이르기가지 조중동을 비롯한 언로이 노 대통령과 참여 정부에 관해 얼마나 왜곡되고 악의적인 공격을 퍼부었는지 그 패악을 낱낱이 기록한 책입니다.  

출간 2년 후인 2012년 초 영화제작이 기획되었습니다. 책의 공저자인 김성재 전 한겨레신문 기자의 투자와 주도로 1차 제작을 시작했으나 제작진 문제로 중단되었습니다. 그해 여름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금 모금(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작비를 마련, 제작을 재개했습니다. 약 700여명의 시민이 총 3,400여 만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태준식 감독과  독립영화 제작사인 '시네마달'(대표 김일권)이 제작을 맡기로 결정했습니다. 태감독은 2012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영상에 담은 다큐영화 <어머니>로 다큐영화계에서 잘 알려진 감독입니다. '시네마달' 역시 2012년 한국 독립다큐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두개의 문>을 제작·배급한 실력 있는 영화사입니다. 

당초 지난해 말 제작을 마치고 공개키로 했으나 제작비와 제작일정의 어려움으로 지연되다가 지난 10월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고, 11월말 국내 최대 독립영화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특별초청작으로 상영됐습니다. '시네마달'은 영화제 이후 후원자 시사회와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