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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 '소꿉놀이' 속 엄마는 왜 '슈돌'과 다를까요







얼마 전 셀프 다큐멘터리 영화 '소꿉놀이'(감독 김수빈)를 봤다. 촬영에 무려 6년이 걸린 데다, 한국에서 그리 많지 않은 여성감독의 작품이란 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난 달 2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미 여러 영화제에서 입소문이 나 있기도 했다. 처음 영화 제목만 봤을 땐, 엄마·아빠 놀이에 빠져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돼 '아동용 영화'인가도 싶었다. 핫핑크색 바탕에 인형이 있는 티저 포스터도 이런 상상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시한 칼도 보이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매우 의미심장한 제목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소꿉놀이'는 갑작스럽게 아내가 되고, 며느리, 엄마가 된 감독 김수빈의 셀프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 본인과 당시 남자 친구가 혼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시작해, 결혼, 출산, 육아, 직업 전선 등 6년간의 삶을 기록했다. 감독 본인, 남편,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그리고 딸 노아 등이 주요 출연진이다. 

요즘 TV를 켜보면 출연 연예인의 배우자, 부모, 자녀들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소꿉놀이’를 보면서  자연스레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떠올랐다.물론 조금 다른 느낌과 함께.

리얼리티 예능에는 보통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동원된다여러 명의 VJ가 카메라를 직접 드는 동시에 집안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기도 한다. 시청자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영상을 보게 되는데, 제3자의 위치 즉 3인칭 시점에서 누군가를 지켜보는 혹은 엿보는 입장이 되는 셈이다. 그것도 여러 명의 제3자 입장이.  

‘소꿉놀이’ 역시 관객의 입장에서는 낯선 한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는 셈이지만, 카메라를 직접 든 김수빈 감독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다. 말하자면 1인칭 시점에서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가끔 감독의 남편이 카메라를 잡아 감독 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딘가에 고정된 카메라를 통해 3인칭 시점이 취해지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카메라의 위치조차 감독이 직접 선택한 셀프 다큐멘터리 영화다. 관객들이 체감하는 현실감과 감정이입의 정도가 다르다. 당사자 혹은 당사자 주변인이 된 그런 입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소꿉놀이’를 보면서 리얼리티 예능이 떠올랐던 가장 큰 이유는 육아 리얼리티 방송 속 엄마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다. 엄마로서의 감독뿐만 아니라 감독의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익숙한 모습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리얼리티 방송 속 몇 가지 정형화된 모습과 다르다.

육아 리얼리티 방송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엄마, 어머니, 모성, 모성애 등에 대한 신화 혹은 판타지가 거대하게 존재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서툰 아빠는 용납이 되도, 서툰 엄마는 용남이 안 되는, 심지어 비정상이라 느끼는 뭐 그런 환상 말이다. 

리얼리티 방송 속 엄마, 아빠의 모습에 감흥이 줄고 있는 이들에게 다큐멘터리 영화 ‘소꿉놀이’를 추천한다. 육아 달인 엄마도, 일도 육아도 잘하는 슈퍼우먼 엄마, 모성애로 가득한 엄마가 아니라 한 인간과 가족의 모습을 리얼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말고 우리 주변 다른 이들의 집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슬쩍 엿볼 겸,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관람해도 좋을 것 같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