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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울게 만드는 다큐 아닌 '생각하는 영화' 만들었다"


세월호 다큐 '업사이드 다운' 개봉 앞둔 재미교포 김동빈 감독
참사 2주기 맞아 14일 개봉…1000여명 시민 도움 
4명의 아버지 통해 개별적 '삶' 스러져 간 슬픔 담아
16인의 전문가 인터뷰…대한민국 안전 총체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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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드 다운’을 연출한 김동빈 감독은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히 내보임으로써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그 답을 찾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합동분향소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특별할 것 없던 보통날이었다. 요즘처럼 햇살은 눈부셨고 봄바람은 따스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통째로 침몰시킨 그 배만 아니었다면…….

 세월호 참사가 2주기를 맞는다. 크나큰 배가 왜 가라앉았는지,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 질문은 끝도 없지만 답은 들리지 않는다. 

 세월호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은 답을 찾기 위한 영화다. 영화를 연출한 재미교포 김동빈 감독은 "울게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선, 먼저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오는 4월14일 개봉을 앞둔 '업사이드다운'의 김동빈 감독의 이야기를 31일 들어봤다. 
 
 김동빈 감독이 세월호 참사를 접한 것은 미국 땅에서였다. 유난히 따뜻했다던 그날, 방에 앉아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던 그는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라는 속보를 받아본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역시 한국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뉴스가 오보라는 걸 알게 됐죠. 어린 친구들이 차가운 시신이 돼 올라오는 것을 보고, '내가 사람들이 수장되는 영상을 보았던 것이구나'는 충격에 휩싸였어요. 이후, 한동안 잠도 잘 못자고 악몽을 많이 꿨어요." 

 침몰하는 배와 이를 그대로 전하는 언론을 보며 김 감독은 애통함에 많이 울었다. 그러다 '나'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했던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꾸리게 된다. 

 "한국의 촬영감독 카페ㆍ영상제작자 모임 등 커뮤니티를 뒤져 글을 올렸어요. 세월호 참사를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고자 한다는 내용이었죠. 글을 올리고 3일 만에 80명의 사람들이 연락이 왔어요. 이들을 믿고 한국으로 건너오게 됐죠."

 2014년 7월 한국에 온 김 감독은 국회농성을 시작한 세월호 유가족들과 동고동락 했다. 한국 언론에 염증을 느끼던 유가족들에게 카메라를 들어 보이기까지 김 감독은 늘 조심스레 행동했다. 

 "다큐멘터리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게 중요하다고 봤거든요. 한국에 와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하루 종일 유가족들과 함께 했어요. 늘 곁에 있다 보니 나중에는 '카메라로 잘 좀 찍어'라고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늘 곁에 있다 보니 세월호 유가족들이 받는 상처를 함께 받기도 했다. '그만 좀 하라' '세월호 지겹다'는 비난의 목소리들이다. 피해자들이 '투사'가 돼 거리에 나와 싸워야 하는 모습이 가슴 아파, 국회 뒤 산책길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영화를 만들며 많이 운 그이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냉철함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세월호는 이미 너무나도 슬픈 참사입니다. 하지만 영화 '업사이드 다운'은 관객에게 슬픔과 추모를 유도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며 늘 상기했던 것이 '슬픔'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내보여주자 였어요. 대한민국 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점들을 담아내 제시하고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하고 싶었죠."

 영화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담긴다. 

 먼저 2014년 4월 16일 사건이 발생한 당시 상황을 유가족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완화되는 완전규제에 대한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세월호의 진실을 가리는 사회의 병폐와 구조적인 문제, 무책임한 언론 등도 영화의 주요 의제로 등장한다.

 특히 김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초점을 둔 부분은 300여명의 '개별적인 죽음'이다. 

 "세월호는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죠. 이는 30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 아니에요. 개별적인 삶 300개가 꺼져 버린것이죠. 그 안에는 정말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영화에서는 '유가족' '세월호 피해자'라는 아픈 명칭으로서가 아닌,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저마다의 삶을 살았던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어요."

 이를 위해 김 감독은 단원고 피해 학생의 아버지 4명의 입을 빌렸다. 아버지들은 아이들과의 추억을 꺼내놓으며 한 때 존재했던 아이들의 삶을 관객 앞에 펼쳐 보인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김 감독은 여러 번 좌절하기도 했다. '세월호'를 인식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여야 정치인ㆍ청해진 해운 관계자ㆍ진도 VTS 등에 인터뷰 협조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이 영화 제작을 위해 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힘을 보태준 시민들의 마음이다. 

 "처음 영화 제작비는 저를 비롯한 제작진들의 사비로 충당했어요. 하지만 곧 저희들의 뜻에 공감해준 1000여명의 시민들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줬죠. 영화가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맞게 개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시민들의 도움 덕이에요. 이런 힘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돼줬고요."

 김 감독은 이번 영화가 우리 사회에 곪아 터진 상처를 치유하는 데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단계부터 밟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름이 있다면 아프더라도 짜내야 새살이 돋죠. 하지만 고름을 짜기에 앞서 할 일이 있어요. 그건 바로 내 살이 곪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에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사회 곳곳의 문제점이 적나라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벌써 피곤해해요. 이제 그만,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죠. 또 다른 '세월호'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불안전한 대한민국으로요.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이요."

 그는 영화를 통해 뒤집힌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로 잡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영화를 함께 보며 대한민국의 문제를 직시하고, 인정하는 일에 모든 국민이 함께 하길 바라는 것.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하죠.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고 건강한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재미교포 김동빈 감독은 2011년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에 입문했다. 2012년 미국교육청의 의뢰 작품 '에듀케이션 리폼'(Education Reform)에 참여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국인 7명의 이야기를 다룬 '버몬트 폴른'(Vermont Fallen)에 선임제작자로 활동했다. '버몬트 폴른'은 2013년 북미전문저널리즘학회로부터 심층취재 부분 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세월호 다큐 '업사이드 다운'을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영화 '업사이드 다운'은 14일부터 광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