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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338983.html


워낭소리’ 독립영화 마지막 ‘울림’ 될라

영진위, 독립영화 홍보·마케팅 지원비 올해 폐지
예술영화 상영 ‘서울아트시네마’ 운영 공모 전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거푸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고, 양익준 감독의 독립 장편 극영화 <똥파리>가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지만, 요즘 독립 영화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독립 영화에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처럼 비치는 것과 달리 독립 영화의 토양은 급속하게 황폐화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확대돼 온 독립 영화계에 대한 지원이 새 정부 들어 아예 없어지거나 축소·변형되면서 독립 영화계의 탄식은 커지고 있다.

■ “제2의 <워낭소리>는 힘들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09년부터 독립 영화 홍보·마케팅 지원 사업(연간 예산 5억원)을 폐지했다. 지난해 이 기금에서 4천만원을 지원받은 <워낭소리>는 이 제도의 마지막 수혜자가 됐다. 영진위는 “지난 2000년부터 마케팅 지원을 해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됐다고 판단했다”며 “이제부터는 상영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이제 독립 영화도 마케팅 정도는 스스로 알아서 할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립 영화인들은 “지난 10년의 투자로 이제 서서히 꽃을 피우려는 독립 영화를 밟아 죽이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류 상업 영화도 투자가 안 돼 영화 제작 편수가 급감하고 있는 마당에, 독립 영화의 홍보·마케팅에 돈을 댈 투자자가 과연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독립 영화는 감독 개인이 제작과 투자, 연출까지 도맡는 경우가 많아 이 제도가 없어지면 감독들이 개인 빚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를 갈아라?

국내외 고전·예술 영화를 보유하고 상영하는 도서관 구실을 하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 극장에 위치)는 지난 11일 영진위로부터 갑작스런 통보를 받았다. 오는 3월부터 서울아트시네마의 운영 주체를 공모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02년부터 서울아트시네마를 운영해 온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전국의 12개 예술 영화 관련 단체들이 만든 민간 비영리 법인)는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은 민간 영역에서 진행해 온 사업에 영진위가 일부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인데, 마치 정부 고유의 사업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2008년의 경우 서울아트시네마는 영진위로부터 4억5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예산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독립 영화인들은 특히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가 일종의 ‘신호탄’일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립 영화 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옛 중앙극장)나 미디액트(독립 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교육 및 기자재 대여 기관) 등에도 정부가 똑같은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좌파’들의 근거지를 없애라?

독립 영화인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가 ‘독립 영화’라는 개념을 불편해 하고 있다고 말한다. 새 정부 들어 영진위는 ‘독립 영화’라는 표현을 ‘다양성 영화’로 바꿨다. 또 상업 영화와 비상업 영화라는 새로운 분류법을 만들어 독립 영화를 비상업 영화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려 한다고 독립 영화계는 보고 있다.

<워낭소리>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독립 영화도 얼마든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상업 영화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상업 영화와 비상업 영화라는 구분은 무의미하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운영 주체를 교체하려는 시도나 독립 영화 지원 제도를 없앤 것도 ‘독립 영화=좌파’라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독립 영화인들은 의심하고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