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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은 영화평론가의 [환등상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개봉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 땅의 여자 >에 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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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비, 바람, 햇볕 아래 영근 '세 여자'의 꿈

[남다은의 환등상자] '땅의 여자'






농촌 여인들의 나이를 얼굴에 새겨진 주름의 수로 판단하는 일이 어쩐지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나이를 지운 얼굴이 아니라, 나이를 초월한 얼굴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표현은 농촌의 삶에 대한 그 어떤 낭만이나 동경과도 거리가 멀다.
말하자면 비와 바람과 햇볕의 세월로 빚어진 땅의 여자,
매우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그것이 이들의 나이이고 얼굴이다. <땅의 여자>는 그 나이를 존중하며,
거기에 깃든 노동과 현실의 시간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영화다.


대학시절, 농민운동을 하며 농사꾼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던 세 여자가 있다. 소희주, 변은주, 강선희.
10여년이 흘렀다. 그때 꿈 많던 20대 여대생들은 그 꿈을 현실 속에 하나씩 심으며 경상남도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30대 후반의 농민으로 살고 있다. 도시의 삶에 대한 환멸이 아니라, 농촌의 삶에 대한
사명감으로 귀농을 결심한 이들에게 고요한 전원생활은 애초 관심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농사 자체보다는 농사가 맺어준 마을 농민들과의 관계, 땅과 나아가 농촌 현실과의 관계가 지금,
이들 삶의 동력이다. 그리고 소중한 신념이다. 그 신념을 실천하는 것이 한 가정의 엄마, 아내, 며느리인
이들에게 얼마나 고된 일인가, 영화 속 세 여자의 일상은 보여준다.
세 여자는 자신들이 농민으로 살면서 배우고 이룩한 그 관계들이 가정 내에서 여자로서의 역할이 선행된 후
여유가 있을 때 생각해볼 문제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안다. 그 관계들은 농촌에서 제대로 살기 위해
끌어안아야 할 근원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가정의 테두리 안에 붙들어두고 싶어 하는 가족들은
그 사실을 모르거나, 자주 모른 체한다. 나의 이타심이 너무 쉽게 이기심으로 오해될 때,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이 일치하지 않을 때, 설득이 무기력해질 때, 삶은 외로워진다. 영화 속 세 여인들이 시종일관
호탕하게 삶을 받아들여도, 어느 순간 홀로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중략)


<땅의 여자>는 행복이란 삶을 위태로움으로부터 방어할 때가 아니라, 그 위태로움으로 한 걸음 쑥 들이밀 때 튼튼해진다고 믿는 자들을 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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