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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네이버 오늘의 영화에 <땅의 여자>가 소개되었습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특별한 장편 예고편과,
아주 자아세한- 작품 소개까지!

9월 9일 내일! 개봉합니다 빠밤 :D


<땅의 여자> 공식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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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장편 예고편 및  원문 보기 >>




영화 [땅의 여자]를 소개합니다.

 

도시인들의 아침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시작되게 마련이죠. 신경을 긁는 알람소리, 콩나물시루처럼 꽉꽉 들어찬 지옥철, 매연과 소음. 쏟아지는 졸음을 카페인 과다복용으로 간신히 참다보면 하루가 끝나갑니다. 이럴 때 귀농을 부르짖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러나 땅은 "다 때려치우고 농사나 지을까?"라고 안일하게 접근하면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농촌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한편으로 팍팍하고 소외된 곳이기도 하니까요. [땅의 여자]는 바로 그런 농촌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럼 씩씩한 세 여자의 유기농 라이프를 만나기 위해, 경남으로 떠나볼까요?
이 컨텐츠에는 스토리가 낱낱이 소개되고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글ㅣ 신민경 (영화 칼럼니스트)   구성ㅣ 네이버 영화




언니들이 농촌에 간 사연


영화는 푸르른 농촌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당장이라도 휴가를 떠나고 싶은, 서정적인 시골 풍경이죠. 그러나 이슬이 맺힌 벼와 울창한 나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새들의 모습이 지나가면, 신성한 노동 현장으로 이어집니다. 경남 지역에 사는 세 여성농민, 소희주, 변은주, 강선희. 바로 [땅의 여자]의 세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이 여자들, 어째 농사짓는 폼이 영 엉성합니다. 농촌으로 시집온 지 1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호미질하는 것조차 아슬아슬하기만 해요. 사실 이들은 동아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도시 처녀들이었는데요. 농민운동에 뜻을 품고 농촌에 정착한 것이죠.

[땅의 여자]는 권우정 감독이 1년 반 동안 농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여성농민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권우정 감독과 세 언니들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홍콩에서 있었던 WTO 반대 투쟁에서 친분을 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6년 여름, 본격적이 촬영이 시작됐죠. 다큐의 대상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선, 권우정 감독도 당연히 농사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초보 농사꾼이나마,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선 거들어야 했을 테니까요. 덕분에 처음에는 서먹했던 사이가, 점점 편한 '언니 동생' 사이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용봉마을 분위기메이커, 소희주

첫 번째 여성농민, 진주 용봉마을에 사는 소희주를 소개합니다. 소희주는 진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습니다. 농대 출신인 변은주나 강선희와는 달리, 귀농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인문대 독문학과 출신이기도 하고요. 강선희의 회상에 의하면, 집회 때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렇게 부잣집 얌전한 막내딸이었던 소희주는, 농활을 갔다가 농민들이 땀 흘려 일하는 모습에 반해 귀농을 결심했다고 해요. 그리고 농민운동의 뜻을 품고 진주 농민회에서 일하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죠. 현재 소희주의 하루 24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한 남자의 아내 노릇에, 두 아이의 엄마, 소를 키우고 수박을 키우는 농사꾼, 그리고 지역활동가 노릇까지. 게다가 그녀의 서툰 살림 솜씨는 용봉마을에 이미 소문이 났지만, 그녀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마을 분위기를 휘어잡습니다.

소희주

 

우리도 인자 선진국 선진국 샀는데,

그럼 법도 선진국처럼 만들자고 그런 것도 요구를 할라고예.

할머니

참 욕보고만은, 젊은 사람이. 누가 하나 뒤에 대주는 사람이 있나 뭐.

소희주

좀 도와주이소.

할머니

 

 

뒤에서 좀 밀어줄 사람이 있고 설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좀 수월치만은,

내가 볼 때 그래 해주는 사람 도저히 없고,

뭐 참 젊은 사람 몇이서 이래 싼께네 참 보기도 그거하드만은.

소희주

근데 촌에는요. 할매들 없으면 아무것도 안돼.

할머니

어허, 그렇지. 할매들뿐인데 뭘.

소희주

 

 

농사도 할매들 힘으로 하고, 데모도 할매들 힘으로 하는기라.

다리도 아프고 하지만, 진짜로 하루 기꺼이 마음 내주는 이 할머니들 힘으로

농촌도 버텨 나가는 거고, 농사도 버텨 나가는거라.


농사를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는 소희주 부부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사안입니다. 두 사람 다 지역 농민회 간부로서 할 일이 많은데, 농사와 활동을 제대로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러나 연대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소희주는, 농사를 중심으로 맺어지는 관계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쯤에서 남편의 불만이 불거집니다. 자신도 활동을 해야 하는데, 토마토도 안 따고 아침 일찍 나가버리는 아내가 못마땅한 거죠. 남편의 불만에도, 아이들의 투정에도, 소희주가 활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농촌에는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노래교실을 열고, 천연팩 마사지를 해주며, 한미 FTA 저지를 위해 뜻을 모으자고 말하는 소희주. 그녀가 동분서주할수록, 여성농민들의 연대감은 더욱 돈독해집니다.


서툴지만 유쾌한 농사꾼, 변은주


경남 창녕에 사는 변은주는 고등학교 때부터 농촌 총각과 결혼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장가 못 간 농촌 총각 자살' 뉴스를 접한 후,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기로 했다나요. 그러다 대학에서 농촌 총각 김창수를 만났고, 함께 농활을 다니며 농촌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다 보니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됐습니다. [땅의 여자]는 주로 변은주가 농사를 짓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농사에 서툴러서, 지금도 수박 옆순 자르는 걸 잘 못해 남편과 시어머니 애를 태우고 있죠. 다른 두 여성에 비해, 변은주의 고민은 보다 현실적이고 보편적입니다. 남성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농촌에서, 그녀의 자아는 번번이 흔들립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내 땅, 내 하우스'라는 주인의식이니까요.

변은주

 

 

 

 

 

 

 

 

 

내가 시집 와가지고 우리 신랑보고 맨날 하는 말이,

나는 당신 어머니처럼 일하고 집안일하고 이렇게 할 수가 없다면서,

나는 당신 엄마가 아니니까 내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말라고.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거라면서 이랬는데,

사고를 워낙 많이 쳐가지고 안 시킨다 아이가.

어제도 배추 손볼 때 모종 뿌리 내리게 그 배추 근처에는 깊게 호미를 넣으면 안 되는데, 내같은 경우는 잡초의 뿌리를 뽑는다고 막 내어버리잖아.

어머니하고 우리 신랑은 막 속이 타지.

이러면 참 하기 싫다가도 일보면 할 수 없이 또 하고.

딱 시기가 있으니까, 적기가.


한때 투쟁의 선두에 섰을 변은주. 그러나 그녀는 지금, 투쟁하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이를 먹고, 아이들은 점점 자라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카메라는 변은주의 활동보다, 일상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시댁의 반대를 무릅쓰고 11년 만에 분가한 사연, 남편과 술상을 마주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 등 은밀한 부분까지 들어가는 것이죠. 농사짓는 데 있어 주도권이 없다 보니 "내가 이 집의 종이냐"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영화가 진행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조금씩 보입니다. 남편과 현명하게 의견차를 좁혀 가는가 하면, 서툴렀던 농사일도 어느 정도 손에 붙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밤마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세상에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말하면서도, 변은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일당백 카리스마, 강선희

왕언니 강선희는 경남 합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귀농 하면 보통 농사를 짓는 걸 떠올리게 마련인데, 강선희는 경남 지역 곳곳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녀도 처음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운동을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괭이질을 해도, 비닐 하나를 씌워도 영 어설프다 보니, 차라리 잘하는 것을 하자고 생각을 전환했던 거죠. 강선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아주 잘합니다.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좋아하고요. 덕분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공부방 운영으로도 모자라 국회의원 선거에까지 출마합니다. 강선희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 다 가족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 때문이죠. 남편은 당뇨로 고생하면서도 아내를 응원해주고, 처음엔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시어머니조차 며느리의 선거운동에 나섭니다.

강선희

 

 

 

 

 

 

 

 

 

내가 가사노동도 하고, 농사도 짓고, 활동도 하고,

혼자 해나가야 될 몫이라고 하는 거? 내가 선택한 거고 잘한 거 같애.

늘 어머님은 내 몫이다라고 하는 거에 대해서 결론적으로 가지고 있거든.

어머님이 혼자 방을 얻고 살겠다라고 선언할 수 있는 거.

그런 것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야.

어머님이 이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거잖아.

남은 인생에서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삶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거잖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어머니를 자아를 찾아가는 한 여성으로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편안해질 수도 있겠지.


강선희의 삶에서 눈여겨볼 것은, 바로 시어머니와의 관계입니다. WTO 반대 홍콩 원정 투쟁 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나란히 참석한 것이죠. 권우정 감독은 그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농촌에서 다시 만난 강선희의 시어머니는, 홍콩에서와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아들 부부의 살림을 기꺼이 해주면서도, 내심 못마땅한 구석이 많은 것이죠.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며느리와 살기란, 시어머니 입장에서도 버거울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강선희의 왕성한 활동이 이어질 즈음, 그녀의 가족에 큰 변화가 닥쳐옵니다.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각자가 더 강해져야 하는 상황. 강선희는 자기 앞에 주어진 생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시어머니를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가족이 아닌, 연대해야 할 여성으로서 말이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1년 반을 농촌에서 밀착 취재했던 권우정 감독. 그녀의 카메라는 어느새 사계절을 한 바퀴 거쳐 갑니다. 그 사이 영화는 농부들의 땀방울과 함께, 한미 FTA 저지 투쟁의 모습도 함께 담습니다. 그러나 [땅의 여자]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농촌의 소소한 풍경만도 아니요, 농촌을 살리자는 섣부른 구호도 아닙니다. 세 귀농 여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농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던 것이죠. 소희주, 변은주, 강선희. 이들 외에도 [땅의 여자]에는 수많은 여성농민들이 등장합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투쟁 현장에 나간 할머니도 있고, 논밭 위를 뛰노는 미래의 여성농민도 있습니다.

권우정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촬영을 시작했지만,

나 역시 그녀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농민이라는 겉모습만 다를 뿐, 우리는 여성으로서 오늘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잘났든 못났든 자신의 삶이라며 담담히 카메라 앞에 서준 언니들.

언니들이 있어 앞으로 나에게 비춰질 현실이 조금은 덜 외로울 것 같다.


슬로푸드와 자연주의, 친환경 등이 화두가 된 21세기. [땅의 여자]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귀농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농촌의 삶은 넉넉한 자연과 낭만을 제공하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철학이 따르기 때문이죠. 감독은 세 여성들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그럴까요? 스스로 농촌에 내려온 젊은 여성들은 아직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이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팍팍한 농촌 현실 속에서도 농촌을 버리지 않는 여자들. 땅에서 꿈과 이상을 찾는 그녀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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