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cinemadal on Twitter

4대강 사업,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재개발 사업 등등 2010년의 대한민국은 공사중 이라는 말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누대에 걸쳐 살아온 삶의 터전이, 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소중한 땅이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마구 짓밟히고 있는 발상의 기저에는 모든 것이 숫자로만 환산되는 경쟁과 발전의 논리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잘 뻗은 자전거 도로, 깔끔한 잔디밭으로 이야기되는 친환경, 에코(Eco)가 아니라, 농민들이 자기 땅에서 즐겁게 농사 짓고,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농산물이 유통되는 것이 진짜 ‘건강한 환경’임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몸과 마음, 도시와 농촌이 모두 건강한 ‘無공해 세상’,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오마이뉴스와 함께 짧고 굵은 연재기사를 준비해보았습니다.
그 네번째는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님의 <땅의 여자> 리뷰입니다 :)


***

기사 원문 보기 >>


"농민운동이 꿈이라매... 근디 와그리 농사를 못 짓노"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④] 좌충우돌 농촌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2010. 09. 09 | 하성태

9월 9일, 귀농 여성 3명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가 개봉합니다. 그들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잘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2010년 대한민국을 사는 농민들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땅의 여자> 개봉에 맞춰 다큐멘터리 배급사 '시네마달'이 4대강 사업에 신음하는 팔당 유기농민들, 대한민국 여성 농민들의 삶, 귀농 등에 대해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란 타이틀로 연재기사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우리 신랑은 (내 사회활동에) 가끔 미쳐 뿔라 한다"면서도 세 아이의 엄마이자 진주 여성 농민회의 든든한 일꾼으로 활동하는 소희주씨. "농사를 지면서 농민운동 하겠다, 가 내 삶의 목표였어. 그런데 농사일을 진짜 못하는 거야"라며 서툰 농사일을 고백하면서도 어린이 공부방, 여성농업인센터 사무국장으로 열심인 강선희씨. "동아리 문을 열고 들어와서 딱 내를 가르키면서, '야, 니 내하고 결혼할래? 이라 길래, 어 결혼하자"라며 남편과 단박에 결혼했다는 변은주씨.



그녀들에게도 꽃다운 스무 살 청춘은 싱그러웠다.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고, 학생운동에 참여했으며, 그 중에서도 농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 젊음의 열정은 결국 농촌, 땅으로 세 여자를 인도했다.



<땅의 여자>는 세 여성의 농촌에서의 삶을 2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그 중 인상적인 순간 하나가 바로 그들의 사진 속 대학 시절의 환한 얼굴이 비춰질 때다. 지금이야 농사일에, 농민운동에, 가사 일에 찌든 그들이지만 그때는 90년대 초반 여느 여대생들과 다를 것 없이 순수했고, 또 조금은 촌스러웠다.



10년간 카메라를 든 채로 농촌의 현실에 천착해 왔던 권우정 감독은 대학 동문으로 함께 귀농한 세 여성의 얼굴에서 세월과 생활, 그리고 사람을 읽어낸다. 그것은 다큐멘터리 감독 특유의 거리두기도 아니요, 또 도시 출신 감독의 호기심으로 비춰지지도 않으며, 단지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영화는 그렇게 여기, 지금의 농촌을 지키는 세 여성의 개별적인 삶을 조망한다. 그런데 영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삶들을 통해 여성을, 노동을, 그리고 인간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녔다. 부산국제영화제 'PIFF 메세나상'을 비롯해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초대되어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찬사를 받은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시트콤 방불케 하는 '유쾌상쾌통쾌 다큐멘터리'


"즐겁게 산다는 그 기다. 돈이 억만금 있어도 찌그리고 싸우고 뭐 지랄하는 사람 쎘다 아이가, 그자? 근데 그리 안하고 저래 즐겁게 사니까 좋다 안하나."

 다큐멘터리가 지루할 거란 선입견은 버리자. 이리도 즐겁게 사는 세 여성의 삶을 다루는 만큼 <땅의 여자>는 꽤나 유쾌하고 또 재미있다. 두바이 국제영화제의 한 관객이 "실제 몰래 카메라를 주인공들 집에 설치한 것 아니냐"고 물었을 만큼 카메라는 그들의 삶에 밀착해 있다. 우리네 일상이 무릇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다들 '시트콤' 아니겠는가.

 그러한 즐거움은 세 여성이 지닌 긍정의 힘에서 비롯된다. 고된 농사일과 육아, 농민운동을 병행하면서도 소희주씨는 땅이 좋다.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도전한 강선희씨에게 지병으로 앓아누운 남편은 "내가 일 할게"라며 응원한다. 농사일이 서툴러 사고를 자주 치는 변은주씨는 시어머니의 타박에도 그저 웃음으로 넘겨 버린다.

 권우정 감독은 이러한 유쾌함을 진짜 시트콤처럼 편집하기도 한다. 소희주씨가 농민회 일 때문에 귀가가 늦어지자 세 아이가 전화기에 대고 번갈아 가며 칭얼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다소 난감해 하는 소희주씨를 교차로 편집해 보여주는 동시에 아기자기한 음악을 삽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삶에 있어 희로애락은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은 법. 남편이나 시댁과의 갈등이나 가사와 운동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가 이들을 눈물 흘리게 할 때, 우리는 다시 이들이 '농촌'인 동시에 농촌 '여성'이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땅의 여자>는 농촌이라는 공간에 함몰되지 않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삶을 긍정하는 땅의 여자들에 대한 응원가



권우정 감독은 2005년 홍콩 FTA 반대 투쟁 당시 강단 있게 발언하는 한 할머니에게 눈길이 갔다. 그 할머니가 바로 강선희씨의 시어머니였고, 그 인연으로 동반자와도 같던 이 세 여성과 연이 닿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와 만난 시어머니는 홍콩에서의 그 투사보다는 그저 평범한 촌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강선희씨의 시어머니는 몸져누운 아들을 제쳐두고 선거에 나선 며느리를 위해 홍보 전단지를 돌릴 정도로 며느리의 바깥 활동을 이해하는 똑같은 여성이기도 했다.

카메라는 그렇게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응시하는 동시에 또 응원한다는 느낌을 준다. 홀로 경운기를 모는 시어머니 모습과 농사일을 위해 트랙터를 운전하는 강선희씨의 현재를 교차시키는 장면에서 그러한 의도를 엿보게 한다. 그건 이 세 여성이 시어머니의 나이가 됐을 때도 당당한 삶을 지탱해 나가리라는 긍정과 염원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하여 되새기게 되는 것은 단순한 귀농이나 전원에서의 삶이 아닌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다. 세 여성은 일과 육아, 가사 사이에서 매순간 고민하면서도 농민운동이란 스무 살 시절 꿈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소박하면서 개인적인 욕망을 꿈꾼다.

영화 말미, 고속도로 복판에서 서울 상경을 막는 경찰과 맞서고, 또 집회 현장에서 환하게 웃음 짓는 그들의 얼굴은 "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라는 목소리와 함께 흐뭇한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여전히 가부장제가 좀 더 뿌리 깊은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일상적 고민과 육체적 피로감, 개인과 세상에 대한 갈등 등과 싸워나가며 '즐거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은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까지 전달하는 <땅의 여자>는 결국 삶을 긍정하고 또 적극적으로 영위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가다. 무엇보다 그 응원과 긍정의 힘이 묘하게도 땅을 지켜나가는 그들의 낯선 풍경을 앵글 저편에서 바라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땅의 여자로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이 영화가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권우정 감독의 바람이 도시에서, 혹은 한국 밖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더 크게 울려퍼 졌으면 하는 이유다.



***

지난 연재 보기 >>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①] "우리, 잘 먹고 잘 살고 싶습니다"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②] 대학 마치고 농촌으로 간 언니들, 꿈을 이루다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③]대학 나온 잘난 것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네?




***

* < 땅의 여자 >를 보려면?

>> 9월 9일 개봉! 극장에서 볼 수 있어요

>> '관객과의 대화 (GV)'를 통해 좀 더 알찬 영화보기도 가능합니다!

>> < 땅의 여자 >도 보고 '우리 쌀'도 받고. 1석 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