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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재개발 사업 등등 2010년의 대한민국은 공사중 이라는 말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누대에 걸쳐 살아온 삶의 터전이, 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소중한 땅이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마구 짓밟히고 있는 발상의 기저에는 모든 것이 숫자로만 환산되는 경쟁과 발전의 논리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잘 뻗은 자전거 도로, 깔끔한 잔디밭으로 이야기되는 친환경, 에코(Eco)가 아니라, 농민들이 자기 땅에서 즐겁게 농사 짓고,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농산물이 유통되는 것이 진짜 ‘건강한 환경’임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몸과 마음, 도시와 농촌이 모두 건강한 ‘無공해 세상’,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오마이뉴스와 함께 짧고 굵은 연재기사를 준비해보았습니다.
그 다섯번째는 농촌과 도시를 잇는 착한 브로커 '빛트인(Between)'의 활동가 김주영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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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태풍 때문에 이런 사과 많습니다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⑤] 빛트인, 못난이 농산물에 새 삶을 주다

2010. 09. 14 | 김주영

9월 9일, 귀농 여성 3명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가 개봉합니다. 그들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잘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2010년 대한민국을 사는 농민들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땅의 여자> 개봉에 맞춰 다큐멘터리 배급사 '시네마달'이 4대강 사업에 신음하는 팔당 유기농민들, 대한민국 여성 농민들의 삶, 귀농 등에 대해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란 타이틀로 연재기사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영화 <땅의 여자> 시사회를 본 날(2일), 서울은 전날 밤 지나간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대학은 개강한 지 이틀밖에 안 되었는데, 첫 수업도 하기 전에 휴강을 한 강의도 있었다.

 빛트인 (Between) 은?

빛트인(Between)은 희망제작소의 청년사회혁신 프로젝트 희망별동대에서 시작한 '청년사회혁신프로젝트 그룹'입니다. 착한 브로커를 지향합니다. 농촌과 도시소비자 사이에서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연결고리가 되고자 합니다.

빛트인(Between)은 '세상을 바꾸자'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책상에서 이야기하기보단, 소소한 프로젝트의 실행하고 그것의 확장으로써, 진정 사회를 혁신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고자 합니다.

빛트인(Between)은 주로 농촌에서의 건강한 먹을거리, 그 중에서도 친환경 농산물(+못난이 농산물)의 올바른 판로를 개척하려 합니다. 또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농촌지역의 아이디어와 도시 소비자의 니즈를 결합하여 농촌 지역 경제의 도움이 되는 부가가치 상품을 기획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청년들의 사회 혁신 프로젝트였지만, <땅의 여자> 시사회에 당당히 '빛트인(between)'이라는 이름으로 초대를 받아 그간 우리와 함께한 지인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뭉클한 시간을 함께 했다. <땅의 여자>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꿋꿋하게 그러면서도 즐겁게 살아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영화관을 나왔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은 우리들의 강한 다짐을 쥐고 흔들었다. 추수를 앞두고 누워버린 벼들과 태풍에 출하 전에 떨어진 과일들… 그리고 언론에서 전하는 농가 피해소식, 트위터에 올라오는 농민들의 한 마디 한 마디.

피해 농가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들의 입에선 "우짜꼬… 우짜꼬…"가 중얼중얼 반복되고 있었다. 현장을 실제로 보고 싶고, 농민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었다. 큰 힘이야  되겠냐 만은, 농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도의 활동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태풍으로 생긴 낙과들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했다. 수확 직전의 낙과는 '못난이 농산물(농가에서 말하는 B품)'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평작 때도 생겨나는 못난이 농산물도 올바르게 활용, 유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풍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이렇게 무더기로 농산물이 생기면 도대체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땅의 여자, 땅의 남자 눈물 짓게 한 태풍 곤파스


▲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간 충남 예산의 사과 농장들. 지지대가 기울어져 있다. 
ⓒ 빛트인


▲ 태풍 곤파스로 인해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들. 
ⓒ 빛트인


우리는 트위터에서 알게 된 농민(오곡농장, 대표 이능원)의 봉사활동 제의를 보고 다음 날 바로 충남 예산으로 향했다. 

 직접 본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많은 사과 지지대가 기울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품종에 상관없이 사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미 태풍이 지나간 지 3일쯤 되어서, 수거한 사과를 쌓아놓은 '사과무덤'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해당지역 피해농민과 예산농업기술센터 공무원을 만나 태풍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태풍은 1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충남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태풍의 피해가 심각했다.

공무원들은 주말도 없이 피농가들을 찾아 피해수습을 함께 했고, 군인들도 대민 지원을 나와 떨어진 사과, 배 등을 주워 담고 있었다. 지원을 받은 농가의 낙과 수거는 거의 되었는데, 그렇지 못한 농가에서는 실질적으로 낙과를 수거하는 일보다, 나무에 남아있는 과실들을 돌보는데 더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했다.

낙과는 땅에 떨어진 지 2~3일이 지나면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차라리 판매가 가능한 사과를 더 돌보는 것이다(낙과를 줍고 처리하는 인건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농가도 많아 보였다). 나무에 달려있는 사과들 중에도 모진 비바람에 흠집이 난 사과가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도매시장에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고 했다.

 

'천 개의 직업' 강연회에서 사과를 팔다


▲ 곤파스가 지나간 충남 예산의 사과 농장. 농민들은 낙과보다 나무에 남아 있는 과실들을 돌보는데 힘을 쓰고 있었다. 
ⓒ 빛트인


우리는 낙과에 관심과 우려를 갖고 내려왔는데, 오히려 이 분들의 걱정은 '나무에 남아있는 사과들의 판로'였다. 홍로라는 품종의 경우 1년간 농사를 지어 이제 본격적인 수확을 딱 1주일 앞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태풍이 와서 사과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갔으니 농민의 한숨의 깊이야 어지간하겠는가. 아마 소비자들도 곧 폭등하는 사과 가격에 놀랄 것이다. 우리가 만난 농민들은 애써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그 속에 눈물이 있는 것만 같아 더더욱 무엇인가 할 일이 없을까 머리를 굴렸다.

먼저 블로그에 태풍 곤파스로 피해를 입은 농가의 사진을 포스팅하고 트위터에 올렸더니, 작가 이외수씨와 독설닷컴 기자 고재열씨가 해준 알티(RT, 리트윗) 덕분에 포스팅 한 날 조회수가 500건을 넘었다(http://goodbroker.tistory.com/1). 많은 시민들이 태풍 피해 농가의 시름에 공감했고, 적극적으로 구매를 하겠다고 하신 분들도 계셨다.

 
직접 소비자를 만나 판매를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11일에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project : 청춘비상 -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이라는 강연회 부스에서 판매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 강연회에서 빛트인(between)도 부스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 때 빛트인 홍보와 함께 사과를 팔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준비기간, 1주일. 11일에 강연회에서 사과를 팔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느라 쉬는 시간 없는 1주일을 보냈다. 사과를 받는 사람의 얼굴, 그리고 사과를 우리에게 넘겨준 농민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육체피로를 견뎠다.



단호박 파느라 살이 쪽 빠졌지만, 이래 사는 내가 좋다


영화 <땅의 여자> 주인공들은 씩씩하게 웃고 있지만 그 속에는 헤쳐 나가기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농촌)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들과 비슷하다고 하기엔 아직 고생을 덜 했지만, 우리 빛트인도 조금은 닮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빛트인은 사람들을 만나 씩씩하게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매일 매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학교수업과 병행하는 빡빡한 생활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이라는 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유난히 무덥던 올해 여름 방학 내내 미니 단호박을 팔아보겠다며 뛰어다니느라 살이 쪽 빠졌지만, 나는 이래 사는 내가 좋다! 

올해 농산물 가격은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추석에는 과일 값이 더 올라 도시 주부들의 한숨 또한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농촌에는 태풍 때문에 유독 못난이 농산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유통되지 못한 못난이 농산물이 올해 갑자기 잘 유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빛트인은 그 사이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제대로 유통시키고자 농촌과 도시를 뛰어다닌다.

과일을 사는 사람들의 관심이 '겉'이 아니라, 과일의 '속'이었으면, 사실은 벌레 먹은 과일이 더 맛있는 과일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올해 추석에는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흠집 난 사과를 깎아 먹으면서 "올해는 태풍 때문에 이런 사과가 많다더라, 모양이 이래도 맛은 진짜 괜찮네!"하는 웃음소리가 들리길 바라본다.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③]대학 나온 잘난 것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네?
[無공해 세상을 꿈꾼다④] 좌충우돌 농촌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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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의 여자 >를 보려면?

>> 9월 9일 개봉! 극장에서 볼 수 있어요

>> '관객과의 대화 (GV)'를 통해 좀 더 알찬 영화보기도 가능합니다!

>> < 땅의 여자 >도 보고 '우리 쌀'도 받고. 1석 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