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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플러그 - 스토리 후
'독립영화 비평' 이번 영화는 <땅의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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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비평 

<땅의 여자>

 



대학생이 공장에 들어가면 위장취업이지만 농사를 지으면 귀농이다. 그렇다면 귀농은 가장 안전한 위장취업일 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여기저기 빨간 칠을 해대는 극우의 논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은 농민운동을 하면서 농사도 짓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운동도 하는 것이다.

 

영화는 농사일과 농민회 활동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보여준다. 그저 그들의 삶 속에 농사일이 있고 또 농민회 활동이 있을 뿐이라는 것처럼. 어찌 보면 일상과 운동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형태인 듯한데,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아주 많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 삶은 그리 녹록치 않음을 영화는 잘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건강함이다. 웬만한 장애물은 장애도 아니다. 일상과 운동이 뒤섞여있듯이 장애와 고난도 그것과 함께 섞여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씩씩하게 자신들이 할 일을, 또 하고자 하는 일을 해 나갈 뿐이다. 이렇듯 묵묵히 진행되는 삶이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면 그것도 꽤 경쾌하고 활기차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이 낙천적이고 건강한 태도는 땅이라는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세 명의 여성 중에 영화적으로 더 주목되는 것은 강선희씨의 경우다.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남편을 두고 국회위원 선거에 출마해야 하는 상황도 그렇고, 시어머니와의 독특한 관계에서도 그렇다. WTO반대 홍콩 원정투쟁까지 함께 했던 이 고부관계는 한국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인데, 그것이 선거 이 후,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의 죽음 이 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강선희씨는 자신을 추슬러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쉬운 점은 관객은 남편의 죽음에 대하여,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그 자체로서 사유하기를 방해받는다는 점이다. 운동으로 얻은 병으로 결국 죽음을 맞은 그의 삶은 과연 무엇이었고 또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생각을 진행하기에 앞서 그의 죽음은 아내의 선거출마와 어머니의 선거운동이란 사건과 연관되어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다. 남편의 죽음 이 후,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생각들이 그 죽음을 하나의 극적 요소로 전락시켜버린다. 이야기의 힘에 눌려 하나의 죽음이 별 대수롭지 않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간 사람은 갔지만 산 사람들은 추수를 시작한다. 이제 영화적으로도 가을을 맞아, 세 명의 여성들에게 현재와 지난 일들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고, 변은주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강선희씨는 새로운 공부방을 열며, 소희주씨의 암소는 송아지를 낳고 본인도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이 명백한 희망의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엔딩에 배치하며 영화는 끝난다.

 

사뭇 진지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룬 영화임에도 감독의 경쾌한 태도 때문인지 한국의 다른 많은 독립다큐멘터리와는 달리 휴식 같은 기분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서로를 거울삼아 살고 있을 이 세 명의 여성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실험과 실천을 하고 있는 것일 거다.

 


 

이정수<한독협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