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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김태일 감독의 신작, "오월愛"
파르티잔(doomeh)님이 올려 주신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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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愛" '10월 부산'에서 만났던 '5월 광주'


80년 5월 광주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오월愛'

86년에서 88년 사이 그러니까 87년 6월 항쟁을 전후한 시기라 부르는 게 맞겠다. 당시 내가 서점에 가면 주의 깊게 읽었던 책이 두 권 있었다. <4.19 민중혁명사>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앞에 책은 제목대로 4.19 혁명을 기록한 책이었고, 뒤에 책은 5월 광주의 실상을 전하는 글이었다.

괜히 긴장되고 흥분된 기분으로 80년대의 어느 날 앳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서점에서 그 책들을 참 맛있게 탐독했다. 이른바 당국이 필요하면 압수해가는 불온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그래서 더 탐독했는지도 모르겠다.


(..중략)


긴장되고 흥분된 기분으로 듣는 80년 5월의 이야기

<오월愛>를 만든 김태일 감독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5월愛>를 선택하며 사실 엇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일 것이라 선입관이 있었다. 30년이 지난 이야기, 가슴 아픈 현대사의 비극은 이제 누가 다룬들 색다른 이야기가 나올 게 있을까 싶었다.

다만 김태일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눈여겨보게 된 이유였다. 해고 노동자와 농민운동을 하는 약사 등을 그린 예전 그의 작품들이 인상 깊었기에.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는 새로웠다. 아니 새롭게 보였다. 이미 수차례 되풀이 된 이야기 같은데 구닥다리 같은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처럼 들렸다는 의미다.

평범하게 5월의 한 자리에 서 있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전하는 광주의 진실을 들으면서 오래전 긴장되고 흥분된 표정으로 읽던 책이 떠올랐다. 마치 그 때의 기분을 그대로 전해주는 느낌이었다.

영화는 3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항쟁에 참여했던 이름없는 민중들이 5월의 가치를 안고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를 담고 있다. 찰나의 순간 생과 사의 갈림길을 통과한 이들에게 5월 광주는 종결된 사건이 아니었다.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영원히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진행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30년 세월은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겼었고, 그 여운은 지금도 지속되는 중이다. 각 자가 열심히 이겨내려 애쓰고 있지만.

도청 진압직전까지 시민군의 취사를 돕다 빠져 나온 당시 여고생은 그 때 썼던 일기와 메모는 공개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기를 꺼려하며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다.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고 유공자로 포상을 받는 상황이지만 국가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도 작용하고 있는 듯했다.

밝혀지지 않은 발포 명령자에 대한 여운도 남긴다. 상부로부터 명령이 없어 기다리고 있다던 장교가 어느 순간 연락을 받았는지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은 단순한 자위권 발동으로 주장하는 학살 세력의 변명에 의구심을 더한다. 숨겨진 광주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고통스런 과거를 이야기하며 아파했지만 5월에 대한 이름없는 민초들의 기억은 가슴 뭉클함으로 다가왔다. 고립무원의 도시에서 도둑과 강도들까지 자발적 휴업(!)을 감행하며 공동체 정신으로 서로가 서로를 보듬었던 5월 광주는 항쟁의 끄트머리 피의 살육이 점철되기 전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였기 때문이다.

새록새록 떠 올려주는 5월 광주...전두환은 이 영화 꼭 봐라!

<오월愛> 상영장에서 80년 5월을 증언한 광주시민들이 인사하고 있다

그날, 첫 상영이 있던 날. 부산에 온 광주의 사람들은 “5월 광주는 폭도가 아닌 민주주의의 영웅들”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또 “이 나라 민주화는 돈과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역사는 잘못된 것들에 도전하며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이런 민주화 과정과 역사적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역사적인 5월 광주가 지역적 사건으로만 국한돼 생각되는 것이 80년 5월의 한복판을 관통한 이들에게는 몹시도 안타까웠던 게다.

적어도 이런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1672억 중 달랑 300만원 벌금만 낸 학살자가 모교 행사에 가서 떠들썩하게 대우받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학살자의 뻔뻔한 행태가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진작 이 영화에 대해 쓰지 않은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피의 5월은 광주사람들의 가슴에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거늘.

새록새록 떠 올려주는 5월의 기억. <5월愛>는 그런 5월에 대한 마음을 담고 있는 영화다. 김태일 감독은 10~30년 뒤에나 만들까 생각했던 작품이었으나 나주에서 전작 농민약국을 찍으며 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뛰어들었다는데, 오랜 다큐를 통해 다져진 감독의 진중함이 돋보인다. 5월 항쟁을 겪은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했는데도 이야기 속에 쏙 빨려 들어가게 영화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지원펀드로 선정해 배급 지원금을 줬다는 사실도 이 영화에 의미를 더하지 않나 싶다. 그만큼 이 시대 민주화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소중한 기록임을 인정한 것이리라.

한가지 사족을 붙이면 전두환과 그 똘마니들에게 이 영화를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낯짝 두꺼운 그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겠지만 80년 5월 광주의 역사적 흐름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똑바로 알게될 것이다. 그들에게 살륙당한 민중의 아픔이 얼마나 길고 오래가는지 영화를 보면 절절하게 다가올게다.

*작품정보


오월애(愛) 김태일 | 2010 | 104min
올해로 30주년이 된 5.18광주민중항쟁. 항쟁의 마지막날까지 도청과 광주외곽을 지켰던 시민군들, 시장 상인들은 청년에서 중년을 훌쩍 넘었다. 이들은 평범한 광주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광주항쟁의 기억은 이후 많은 삶을 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