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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愛’ 그해 5월, 광주에 있던 민중을 기억하라




OPENS 5월 예정
STAFF 감독, 촬영, 편집_김태일 조연출_주로미 음악_시와
CAST(내레이션) 양동남 주로미
DETAIL (러닝타임)_104분

오월애(愛) 김태일 | 2010 | 104min
올해로 30주년이 된 5.18광주민중항쟁. 항쟁의 마지막날까지 도청과 광주외곽을 지켰던 시민군들, 시장 상인들은 청년에서 중년을 훌쩍 넘었다. 이들은 평범한 광주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광주항쟁의 기억은 이후 많은 삶을 변하게 했다.

기록하는 카메라가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 모범적인 답안을 보여주었다.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경순 감독이 지목한 <오월愛>의 매력이다. ‘다큐멘터리의 모범 답안’이라니. 거창한 듯 보이지만 “사적 기억과 공적 기록 사이의 균형감을 유지했다”는 서울독립영화제 심사평과도 일맥상통한다. 영민한 다큐멘터리 <오월愛>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의 인터뷰로 구성한 영화다.

공격적인 색깔이 짙지 않아 무겁지 않고, 소소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기존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사뭇 다르다. 3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사실 만장일치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덕분에 <안녕, 사요나라>(2005)에 이어 김태일 감독은 두 번째로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거슬러 오르면 그의 다큐멘터리 인생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

직업병, 간첩, 야스쿠니 신사 등 그는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주로 다뤄왔다. 그런 그에게 <오월愛>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조감독인 아내와 함께 준비 중인 ‘민중의 세계사’ 프로젝트 중 첫 번째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오월愛>의 주제도 민중에 초점을 맞춘다. 20여 명의 관련자 인터뷰 기록을 좇아가다 보면 학생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던 여고생부터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던 학생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뒤로 30년이 흐른 지금, 그들이 기억하는 그날의 항쟁은 아직도 생생하다. 김태일 감독은 처음에 이 영화를 남자와 여자 대표 인물을 선정한 뒤 각자의 시선으로 본 5·18 민주화운동으로 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장 만나고 싶었던 구두닦이 출신의 기동타격대 투사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사람을 만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감독이 만난 인터뷰이의 선정 기준은 하나였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분을 위주로 취재했다. 사실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힘들게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분들의 역할이 더욱 값지다고 생각했다.”

민중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카메라

인터뷰이의 사연도 다양하다. 유일하게 인터뷰를 흔쾌히 허락했다는 평화반점 주인 부부, “리어카 덕분에 카메라에도 나오네”라며 수줍게 웃던 대인시장 과일 행상 아주머니, “이번이 마지막이여!” 하고 역정 내시던 노점 할머니 등 ‘5·18’ 이야기만 꺼내도 갖가지 반응들이 나왔다. 그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은 자발적으로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자랑스러운 순간이자, ‘사태’로 얼룩져 빨갱이 취급을 받았던 시절의 아픈 기억이다.

그래서일까. 영화에는 인터뷰이의 정보를 비롯한 자막이 일절 나오지 않는다. 감독은 그들의 목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일부러 자막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도 영화의 몰입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전남도청은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추진으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이를 둘러싸고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찬반 논쟁도 뜨겁다. ‘과거를 잊고 광주의 경제를 살리자’라는 축과 ‘어떻게 역사적인 장소를 없애버릴 수 있느냐’는 축이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오월愛>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들의 시위 현장을 묵묵히 관조한다. 이 영화가 감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그런 시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일 감독은 “편안한 마음이라면 아픔은 금방 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치유되지 않았다. 이 작품이 그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며 제작 의도를 전한다.

다음 작품으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차이나 반도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 ‘민중의 세계사’의 목표다. 그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나간 신호탄이 바로 <오월愛>. 김태일 감독은 말한다. “영화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면서 삶의 고통을 잊게 하는 기능도 있지만 내가 사는 현실을 바로 보게 해주는 기능도 있다. 나는 그 후자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