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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 2011_데일리] 글 원문보기 >>

프로그램 노트 보라



이상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시놉시스와 감독의 말을 보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현장보건관리를 다뤘다고 하면서, 동시에 감독은 지하철 2호선에서 울먹이는 여자를 떠올리고 있다. 이 둘은 어떻게 연결된 것일까.

이강현 감독에 따르면, <보라>는 ‘무기력’에 관한 보고서다. 쇠를 깎는 그라인딩 작업 때문에 청력을 거의 잃다시피 한 노동자가 다큐멘터리 첫머리에 등장할 때 <보라>가 요식적인 ‘현장보건관리’ 아래에서 빈번한 ‘산업재해’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라>는 이러한 산업재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추적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서 공장들의 구석구석을 비출 뿐이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을 비추면서 자본의 횡포를 고발하려는 의도 보다 <보라>는 통증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노동의 연속을 지켜본다. “전반부는 육신이 거하는 공간으로서의 공장을, 후반부는 정신이 거하는 네트워크를 보여주고 싶었다”(이강현 감독) 카메라를 들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후반부에 난데없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앞의 노동자들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은 ‘무기력’이다. 육신이 쇠한 공장 안 사람들과 결핍을 채우지 못하는 공장 밖 사람들은 ‘무기력’이라는 공통 접속어로 한데 묶인다.

<보라>는 선명하고 매끈한 ‘발언’을 거부하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인물의 입을 따라가지 않고, 상황을 요약하는 인서트를 쓰지 않으면서 <보라>는 ‘공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라>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윤리는 보는 이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부여해서 어떤 가치 있는 행동을 끌어내려는 것과 거리가 한참 멀다. 그런 점에서 <보라>는 흔히 말하는 독립 다큐멘터리의 존재방식에서 벗어난, 용기 있는 이단 선언이기도 하다.

 

인디다큐페스티발 국내신작전 프로그래머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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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정보

보라 이강현 | 2010 | 136min
 
영화는 산업안전보건법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현장보건관리를 1 여간 촬영한 기록물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