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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11-04-10 기사원문보기 >>

육아일기 다큐멘터리 ‘아이들’ 류미례 감독
“엄마의 기쁨과 고뇌… 내 얘기죠”


여성주의 영화감독 류미례(40)씨의 다큐멘터리 ‘아이들’은 류 감독 자신의 육아일기라 할 수 있다. 감독의 모친과 큰딸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엄마’ 이후 6년 만의 신작인 이 작품은 아이 키우기엔 초보였던 감독 자신의 다사다난한 기쁨과 마음고생에 대한 기록이다. 2000년에 결혼한 류 감독이 2001년과 2004년, 2007년 각각 하은·한별·은별이를 낳고 기르며 보낸 11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

8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아무도 저를 (여성들의) 대표라고 호명하진 않았지만 ‘나는 내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 아이를 기르는 모습이 담긴 이 영화가 출산장려 영화인 것처럼 비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육아를 책임지는 존재들이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에 담긴 어느 한 장면도 연출된 것은 없다. 한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는 눈만 겨우 뜨던 아이들이 한 발짝씩 떼어놓는 기쁨의 순간부터, 일과 양육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젊은 엄마가 번민하는 모습까지 모두 담겼다. 아이들이 전해주는 행복에도 불구하고 단 한 편의 작품도 만들지 못한 6년의 시간이 심리적으로 평온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들이 울며 엄마를 찾을 때는 죄책감이 컸어요. 아이가 우는 게 두려워 육아책에서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한 적도 많았고요. 하지만 나중에는 ‘너희들은 나와 다를 것이고, 너희의 인생은 너희의 인생’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지요. 영화 안에서는 끊임없이 자책하는 엄마였지만 결말 부분에는 달라요.”

아이에 대한 사랑과 일하는 여성의 자기긍정이 결코 양립하기 쉽지 않은 사회. 류 감독의 깨달음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든 예비엄마든 너무 괴로워하지만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덧붙였다.

“지금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건 엄마들의 ‘출산 파업’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망을 포기하는 건 여성들로선 가장 치열한 대안이거든요. 거기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있어요. 출산이나 양육이라는 게 자신을 포기해야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 속 세 아이의 얼굴이 사랑스러울수록 감독의 번민은 관객의 것이 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신촌 아트레온, 한국영상자료원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류 감독의 영화도 11일과 13일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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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정보

아이들 류미례 | 2010 | 68min
다큐멘터리감독인 나는 준비없이 결혼하여 얼떨결에 엄마가 되었다. 엄마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자책으로 괴로워하면서 10년동안 세 아이를 키웠다결국 이 영화는 세상에는 나 같은 엄마도 있다는 것을 쑥스럽게 고백하는 10년 간의 육아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