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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11-05-06 기사원문보기 >>
31년 전 그날 이후, 5월만 되면 천불이 났다
[뒤늦게 전하는 안부 ①] 5.18을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들의 영화 [오월愛]
 

 1980년 5월의 광주, 그 후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아픈 기억은 점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5월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다큐멘터리 <오월愛>를 통해 사라져가는 오월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영화의 개봉에 맞춰 배급사 '시네마 달'이 '30년 시간의 강을 건너 뒤늦게 전하는 안부, '안녕히... 지내셨나요?''라는 타이틀로 연재기사를 보내와 싣습니다. - 편집자말


▶ 정철 시민기자 (5.18 민주유공자회 설립추진위원회 회원)가 작성해 주신 글입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도 잊혀져가고 있다. 그 사이에 '민주주의'와 '인권'은 곳곳에서 짓밟히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상의 물신숭배 풍조 때문인지 흔히들 돈 되지 않는 일엔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올해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의 주제가 '관심'이겠는가. 온 국민이 민주화의 초석이 된 5·18 정신을 계승하여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고 국가 또한 5·18민주유공자들을 제대로 예우해야 함에도, 그리하지 않고 있다.

가진 것 없고 이름 없는 항쟁의 주역들은 여전히 외상후스트레스와 빈곤으로 고통 받고 있다. 심지어 역사를 왜곡하는 극우세력으로부터 '폭도'나 '북한 특수군이 일으킨 폭동'으로 매도당하고, 옛 도청 보존이나 5월 단체 통합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일부의 오해를 받고 있다.

때마침 5월에,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 <오월愛>가 영화관에서 상영된다고 한다. 나는 이 영화를 지난해 광주인권영화제 때 이미 보았다. <화려한 휴가>(2007)를 보았을 때보다 더 가슴 아프게 보았다. 영화를 보다가 숨 막힐 듯한 고통으로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오월愛>는 오월의 아픔을 실감나게 전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도청 취사조 여성들, 시장 아주머니들의 '증언'


일부 5·18민중항쟁 유공자나 유족의 증언이 책으로 나온 적은 있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로 나온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더구나 그동안 증언록에서 제외되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월을 겪은 나로서도 꼭 기록하고 싶었던 것들이었기에, 가슴에 와 닿았다. 항쟁의 주역은 바로 가난하고 이름 없는 민중이었건만 이제까지 이들의 증언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쟁 기간, 계엄군의 학살로부터 가족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자 총을 들었던 시민군 투사들과 도청 취사조 여성들, 주먹밥을 만들어 거리의 투사들에게 먹였던 시장 아주머니들의 진솔한 증언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마음을 울리고도 남을 것이다. 투사들과 시민들이 지키던 오월 광주는 폭동의 도시가 아니라 주먹밥과 피를 나눈 따뜻한 공동체였다.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오월은 내 인생도 바꾸어 버렸다. 바로 그들처럼 해마다 오월이 오면 가슴속에 천불이 났고,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싸움을 멈출 수 없었다. 지금도 오월 열사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다.

독재자가 무자비한 탄압과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리비아도, 예멘도, 시리아도 모두 오월 광주로 보인다. 영화는 지난해 5·18민중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권력에 맞서 외치는 광주를 보여줌으로써 오월 광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영화는 또 지워서는 안 될 항쟁의 주요 사적이자 기억의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옛 도청 보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것을 둘러싼 내부 갈등까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 아픔을 그리고자 한 감독의 진정성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도청별관 철거를 전제로 한 아시아문화전당 설계안에 동의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꿴 책임자들의 문제점이나, 초창기 10개월 동안이나 도청보존 투쟁을 벌이며 온갖 고통을 겪었던 항쟁 주역들의 아픔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쉽다. 


민주유공자들에겐 '보상'만이 전부가 아니다

 

 
영화 제작 후 불행 중 다행으로 옛 도청 별관은 전면 철거를 피할 수 있게 되었고, 최근에는 공법단체(5·18민주유공자회) 추진으로 5·18 유공자와 유족은 하나가 될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이제 시급한 과제는 더 이상의 사적지 훼손을 막고 원형보존을 하여 국내외 탐방객과 후대에 역사의 교훈을 보여주고, 5·18 관련 법률을 조속히 제·개정하여 단순한 피해배상에 불과한 '보상'을 넘어 민주유공자들에게 제대로 된 '예우'를 하는 것이다. 5·18 사적지를 훼손하고 민주유공자를 빈곤의 수렁에 방치한 채 어찌 민주국가를 표방하고 민주·인권을 논할 수 있겠는가.

영화 <오월愛>는 김태일, 주로미 감독의 지극한 오월 사랑과 치열한 역사의식의 산물이다. 아직도 오월을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들의 아픔과 기억을 생생하게 보여준 영화다. 31년 전 그날 계엄군의 포위와 언론의 왜곡 속에 외롭게 싸웠던 이들이 여전히 외롭게 싸우는 일이 없도록, 많은 이들이 이 영화는 물론 5·18민중항쟁 역사와 기념행사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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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애] 공식블로그


*작품정보

오월愛(애) 김태일 | 2010 | 101min
올해로 30주년이 된 5.18광주민중항쟁. 항쟁의 마지막날까지 도청과 광주외곽을 지켰던 시민군들, 시장 상인들은 청년에서 중년을 훌쩍 넘었다. 이들은 평범한 광주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광주항쟁의 기억은 이후 많은 삶을 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