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cinemadal on Twitter

 

[무비위크] 기사원문보기 >>

 

 

[2012 독립 영화 라인업②]

다양한 이슈의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부터 2009년 용산 사태까지
다양한 이슈를 품은 일곱 편의 다큐멘터리도 발군이다.

 

◇ 레드 마리아
경순 | 이치무라, 리타, 제나린, 순자, 모니카 | 다큐멘터리

<레드 마리아>는 여성의 몸과 노동에 관한 보고서다. 경순 감독은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노동 현실을 들여다본다. “여성의 몸은 노동의 수단 또는 상품 그 자체가 된다. 그러나 때로 그것은 오염된 몸으로 간주되며, 결국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경순 감독의 말처럼, <레드 마리아>는 가사 노동자, 성 노동자,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위안부 등 역사를 관통해 오며 형성된 여성과 노동의 역학관계를 심도 있게 관찰한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이데올로기로서의 ‘노동의 현실’을 포착한다. “<레드 마리아>는 가장 낮은 곳에서 글로벌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여성들의 신체를 기록하고, 여성의 시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의 사회적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경순 감독이 카메라를 든 이유다.

 

◇ 굿바이 홈런
이정호 | 원주 고등학교 야구부 | 다큐멘터리

인생이 짜릿한 건 역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에서 역전의 쾌감은 더 강렬하다. <굿바이 홈런>은 만년 약체 팀인 원주 고등학교 야구부의 역전 드라마를 통쾌하게 담아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자신들의 진로를 걸고 뜨거운 승부를 벌이는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통해 인생의 통쾌한 맛을 전한다.

이정호 감독은 “야구공도 둥글고, 야구 방망이도 둥글다. 그래서 야구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우리의 삶도 야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게 불확실하게 흘러가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더 짜릿해지는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지금은 썰렁한 경기장 안에서 경기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 메이저 리그에서 뛸 날을 꿈꾸며 도약하는 그들의 삶은 어느 스포츠 경기보다 보다 뭉클하고 짜릿하다.

 

◇ 미국의 바람과 불
김경만 | 다큐멘터리

이미지만으로도 1,000마디의 말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바람과 불>이 그렇다. 이 작품은 기존의 기록 영상물을 가공해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낸 파운드 푸티지 방식의 다큐멘터리다. 내레이션과 자막은 생략하고, 이미지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구성됐다. “사람들의 믿음과 세계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 그 건널 수 없는 괴리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김경만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세계 질서에 대한 믿음은 마치 기독교에 대한 맹신 같다고 꼬집는다. 특히 영어 마을에 대한 묘사를 영어 교육의 광풍의 상징으로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미국에 복종하는 한국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바람과 불>은 발칙한 반미주의 다큐멘터리다.

 

◇ 어머니
태준식 | 이소선 백대현 홍승이 왕모링| 다큐멘터리

태준식 감독이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故 이소선 여사. 전태일의 어머니이자, 노동자 인권과 권리 향상을 위해 평생 몸 바쳐 온 장본인. 태준식 감독은 <어머니>를 통해 이소선 여사의 소소하고, 진심 가득한 일상의 풍경을 담아냈다.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자기 발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시점에 2000년대 초반부터 사모했던 한 인물이 떠올랐다. 창신동 골목길에 자리했던 전태일 기념 사업회를 찾아가 그녀를 무턱대고 만났다.”

<어머니>는 전태일을 조명하기보다 그의 어머니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데 주력한 작품이다. 태준식 감독은 “카메라가 전태일에 대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보다는 지금의 그녀를 가능케 했던 어떤 삶의 원칙들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며 “그녀가 평생 살면서 세상 사람들과 교감하며 획득했던 보편적인 언어와 진정성을 그녀 나름의 방식대로 풀어내는 과정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어머니>는 이소선 여사의 삶에 대한 고고한 철학과 태도에 관한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태준식 감독은 작품에 전태일과 이소선의 하룻밤을 그린 연극 <엄마, 안녕>의 제작 과정을 삽입해 그녀에 대한 입체적인 조명도 더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주목하는 건 이소선 여사의 일상적인 면면이었다. 전태일을 잉태한 ‘신화’로서 추앙받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삶의 철칙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뚝심을 카메라에 담았다. “의도적으로 카메라를 그녀에게 밀착해 일상을 담아내려 했다. ‘신화’ 이소선이 아닌 평범하고 일상적인 한 사람의 향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어머니>는 이소선 여사의 삶을 밀착으로 담아낸 끈질긴 기록이다.

 

◇ 투올드힙합키드
정대건 | 정대건, 투게더브라더스, 장지훈, 류현우, 허클베리피 | 다큐멘터리

<투올드힙합키드>는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이고, 의지를 다지려는 한 남자의 독백이다. 실제 래퍼 출신인 정대건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홍대로 나가 지난 시절 자신과 동기들의 흔적이 묻은 거리의 풍경을 담았다. 카메라에 담긴 홍대는, 강렬한 비트와 랩으로 넘실대는 역동적인 정취를 뿜어낸다. “나이가 들면 언젠가 다들 각자의 삶으로 갈라지는 것 같다. 그런 상황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는 힙합은 조금 왜곡되는 것 같기도 해서, 진짜 힙합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정대건 감독의 말처럼, <투올드힙합키드>에는 날것 그대로의 힙합이 펼쳐진다. 한때는 최고의 래퍼를 꿈꿨지만, 지금은 무대에서 내려와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사는 친구들의 모습을 담으며 감독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뭔가?’ 그리고 또렷한 결론을 내렸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확신할 수 있도록 영화적인 표현으로 담았다.”

<투올드힙합키드>는 하루하루 치열한 삶을 사는 래퍼들의 모습에 빗대 ‘88만 원 세대’의 초상을 새롭게 그리려 했다. 정대건 감독은 높은 취업 문턱 앞에 좌절하는 대신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 열정을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청춘의 꿈틀대는 희망을 담아냈다. “취업, 진로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담아내 서로가 위안받았으면 좋겠다. 각자 다른 삶을 선택한 친구들을 통해 청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말하자면, <투올드힙합키드>는 청춘의 자화상인 셈이다.

 

◇ 나비와 바다
박배일 | 강우영 노재년 | 다큐멘터리

<나비와 바다>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우영 재년 부부의 결혼을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폭력적인 시선과 결혼제도의 모순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박배일 감독은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서 통제와 억압의 이데올로기인 가부장제의 허울을 담고 싶었다”면서 “비정상적이라고 규정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이 얼마나 로맨틱한지 보라”고 말한다.

<나비와 바다>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로 간주하는 보통 사람들의 편견과 몰이해가 얼마나 가증스러운지를 성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로 구분된 성 역할이 ‘정상’으로 포장된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 두 개의 문
김일란 홍지유 | 김형태 박진 | 다큐멘터리

2009년 1월, 용산은 뜨거웠다. 용산 재개발 현장을 둘러싸고 경찰과 철거민이 격렬하게 대치했고, 피해자가 속출했다. 현장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두 개의 문>은 이 비극적인 참사가 빚어진 상황들의 편린들을 추적한다.

김일란 감독은 “수많은 자료 영상들을 일일이 꿰맞추면서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고리를 찾아갔다”며 <두 개의 문>의 의의를 설명한다. 성소수자인권운동 단체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감독에게 비주류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두 개의 문> 역시 소외 계층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폭력의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기사전체보기

 

***

 

레드마리아 경순| 2011| 98min
한국, 일본, 필리핀에는 다양한 직업과 역사를 지닌 많은 여성들이 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들 중에서 가사 노동자, 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위안부 등으로 불리는 여성들의 일상을 담고있다.

 

굿바이 홈런 이정호 ㅣ2011 ㅣ84min
만년 약체인 원주고등학교 야구부 역시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진로를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선수들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미국의 바람과 불 김경만 | 2011 | 118min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믿음은 마치 기독교와도 같았다.

 

 

투 올드 힙합 키드 정대건ㅣ2011ㅣ97min
10년 전, 랩퍼의 꿈을 꾸었지만, 이제는 영화를 꿈꾸고 있는 감독.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안고, 함께 했던 힙함 키드(Hiphop Kid)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비와 바다 박배일|2011|89min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재년(제제)과 우영(노인네)이 드디어 7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결혼을 결심한다.

 

 두 개의 문  김일란 홍지유 | 2011 | 99min
 2009년,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살아남은 철거민들을
'범법자'로, 참사의 원인을 '불법폭력시위'로 결론 내린 법정에서부터 그 날의 '진실'을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