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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아이들 생각한다면 이걸 보십시오

[BIFF] 성미산 마을 주민들의 아름다운 분투 담은 <춤추는 숲>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 <춤추는 숲>은 마을에 대한 기록이다. 시골 마을이 아닌 도심 속의 마을, 서울 한복판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성미산 마을이 영화의 주 무대다. 도시에서 보기 드문 마을 공동체인 성미산 마을은 <춤추는 숲>을 만든 강석필·홍형숙 감독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지난 5년간 카메라 앵글에 담은 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네에서 학교를 만들고, 마을 사람이 출자해 가게를 운영하고, 동네의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한데 뭉쳐 싸우는 모습 등 5년의 기록을 담았다. 그 기록들은 110분 분량으로 압축됐다. 


영화는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마을의 여러 단면들을 비춘다. 이를 통해 마을과 마을을 이루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그렇다고 낭만적으로 그린 것은 아니다. 성미산을 망가뜨리려는 시도에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분노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끈끈한 연대와 협력이 존재하는 마을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성미산 마을은 육아를 위해 한 집 두 집 모여든 것이 발단이 됐다. 마을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금과 같은 구조를 형성했다. 마을에는 극장도 있고, 대안학교도 있다. 주민들은 이름 보다 닉네임(별칭)으로 불린다. 마을에서 강석필 감독은 맥가이버이고 홍형숙 감독은 호호다. 그 외 주민들은 짱가, 웅이, 깜장콩, 소녀 등으로 불린다.  


성미산 마을 주민들의 아름다운 분투를 담았다


<춤추는 숲>엔 독특한 마을의 일상이 담겨 있지만 그중 핵심적인 내용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싸웠던 성미산 지키기다. 주민들은 2003년 서울시의 배수지 건립 계획을 막아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학재단이 산 주변을 훼손해 학교를 지으려 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 주민들은 이 야트막한 산을 아이들의 꿈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온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학교 신축이 예정된 산 중턱에 천막을 짓고, 굴착기와 삽질을 막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마치 5년 내내 펼쳐진 MB정권의 삽질을 형상화 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아름드리 나무를 쓰러뜨리려는 전기톱을 온 몸으로 막아내기도 하고, 굴착기 위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다 나무에 깔려 위기상황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투쟁이 과격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생태와 환경을 향한 그들의 절규로 다가온다. 그들이 선택한 투쟁 방식 중에는 합창도 포함돼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을 주민들은 마음을 모아 비틀즈가 부른 'Let it be' 곡을 딴 '냅둬유'를 부른다. 비오는 날 공사장 옆에서 목청껏 부르는 '냅둬유~'는 감동적이다.


영화는 주민들과 사학재단이 공사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밝다. 삭막한 도시 환경에서 친근하게 지내며 함께 싸워나가는 이웃들의 모습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배어 있다.


강석필 감독이 제작을 맡고, 홍형숙 감독이 연출했던 전작 <경계도시>가 스릴러 영화 분위기 속에 한국 사회의 광기를 묘사했다면 <춤추는 숲>은 마을 자치행사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물론 사학재단과의 대립 속에 힘들고 지친 주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의 끈끈한 연대감이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갈수록 견고해질 뿐이다. 그러다 보니 투쟁을 담은 영화지만 생활다큐적인 분위기가 더 많이 풍긴다. 


이 영화가 승리의 기록이 되면 좋았겠지만 <춤추는 숲>은 성미산을 100% 지켜내는 데 실패했다. 주민들은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주민대표를 지방선거에 출마시키기도 하지만 사학재단 학교 건립을 끝내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패배의 기록은 아니다. 남은 80%의 산은 지켜냈고, 그곳을 생태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는 계속 진행형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그들은 산에 장승을 올리며 숲과 호흡하겠다는 의지를 남긴다. 


"싸움은 졌지만 노래하면서 지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  지난 7일 <춤추는 숲> 첫 상영을 찾은 성미산마을 주민들

ⓒ 성하훈



지난 7일 부산국제영화제 <춤추는 숲> 첫 상영장에는 영화에 나온 마을 주민들이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에 출연한 마을 주민 '짱가(유창복, 성미산극장 대표)'는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멋있는 줄 몰랐다"며 지난 2년 간 함께 싸워왔던 마을 주민들의 모습에 자랑스러웠다. 그는 "처음에는 강 감독의 카메라가 신경 쓰였으나 3개월 정도 지나서는 의식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영화의 방향을 어디에 맞출 것인지를 놓고 시작부터 고민했다"고 밝혔다. 성미산 마을이 많이 알려진 탓에 다큐 영화인들이 관심 있어 하는 소재로 만드는데 조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같이 어울려 살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계속 될 수 있고 행복해 할 수 있는가? 에 초점을 맞췄다"며 "사람들 일상을 담으려다 성미산 싸움이 커지면서 작품의 방향을 그쪽으로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 감독은 "성미산을 놓고 벌이는 싸움을 담은 영화지만 그 부분만 강조되기를 원치 않았다. 마을의 다양한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전달하고 싶었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편집에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런 감독의 의지는 영화에 잘 반영돼 있다. 주민들이 대안학교를 만들고, 마을 행사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 특히 모두가 마음을 모아 부르는 합창에 공을 들이는 모습에서 마을 공동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마을 주민 '짱가' 역시 마을의 의미를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마을 만들기를 많이 하는데, 만들지 않고 살다보니 생겨났다. 성미산 싸움은 넓어진 이웃들과 함께 싸워서 이길 줄 알았는데 졌다. 그러나 노래하면서 지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우리가 산을 지켰다기 보다는 산이 우리를 지킨 것이 맞는 표현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거다." 


<춤추는 숲>, 안철수 후보에게 강추하는 이유


'마을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춤추는 숲>은 마을의 가치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춤추는 숲>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 가야 할 미래의 희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낡은 구조가 결국 생태의 가치를 외면하고 망가뜨리는 모습은 가슴 아프지만 그럴수록 마을의 가치가 소중함을 강조한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기획기사를 통해 '마을의 가치'를 조명하는 이유도 바로 '마을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작품들 중 안철수 후보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나 자신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고 희생하고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희망을 드린 것이 아니라 제가 오히려 그분들께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성미산을 지키려 했던 성미산 마을 주민들과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산을 지킨 게 아닌 산이 우리를 지켰다'는 주민들의 생각과도 닮았다. 안 후보는 또한 대선 출마를 고민하면서 농촌의 마을 공동체를 돌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와 가까운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마을 공동체에 대한 생각과 정책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선거에 출마했던 마을 주민대표를 지원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영화 <춤추는 숲>을 보시라. 이 영화는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을이 주는 의미가 뭔지, 이를 통해 바뀌어야 할 낡은 가치가 무엇인지, 어떠한 미래 사회가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준다.


안철수 후보에게 이 영화를 '강추'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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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정보


춤추는 숲 강석필2012ㅣ105min

‘성미산마을’은 서울 도심에 있는 마을공동체다. 한 교육재단에서 성미산을 깎아 학교를 이전하겠다고 나서면서 마을에 긴장감이 돈다. 마을의 중심인 성미산을 지키는 싸움은 파란만장하지만, 성미산 사람들은 남나르게 풀어낸다. "낡은 가치를 뒤집는 유쾌한 항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