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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유예 (안창규, 2012)





자신의 피를 뽑아 등록금을 마련해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의 현실을 이야기(<학교를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것들> (2009))한 안창규 감독의 카메라는 그 연장선에서 좌충우돌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선 청년들로 향한다. 이 미친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내민, 유예 당한 청춘들의 즐거운 반란 <청춘유예>.


그의 첫 번째 물음은, 대한민국 2, 30대의 첫 번째 사망원인이 왜 ‘자살’인가?, 다. 

자살하기 위해 다리 위에 서 있는 우린 아마도 이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 젖꼭지를 문 아기들이 레일을 따라 유치원공장에 들어간다.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모습으로 생산된 어린이들은 학교가 깔아 놓은 레일 위에서 한쪽 방향으로 실려 간다. 학교가 만들어 놓은 레일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레일은 계속 돌고 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상품 규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학생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졸업하고 잘 팔릴 수 있는 모양새로 포장되어 시장에 진열된다. 모든 구매가 완료된 지금! 팔리지 않은 상품이 울고 있다. ‘내가 무슨 문제가 있어 팔리지 않았지? 무엇 때문에 이 경쟁 속에서 밀린 거지? 패배(?)한 난 어디로 가야 하지?’ - 스스로를 책망하며 다리 위까지 오른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영화 속 답은 명쾌하다. 비록 세상이 규격화 된 시스템을 구축한 후 경쟁 속으로 내몰아 우리들의 청춘을 유예시켜버리고 나를 상품으로 만들었지만, 나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너와 내가 모여 유쾌 발랄하게!


영화는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와 2010년 출범한 한국 최초의 세대별 노조 ‘청년 유니온’의 활동과 의미를 따뜻하게 담아낸다. 수제 개사료보다 못한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아가는 구직자, 명문대를 다니지만 앞길이 막막한 취업 준비생,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지만 영상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지망생, 아침마다 기다리는 카드 가입 실적표가 곧 자신이 되어버린 콜센터 비정규직 회사원. 이들 모두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엔 생활이 너무 빡빡하고, 업무가 많고, 무엇보다 뜻을 모아 함께 할 동지가 없다. 


‘청년 유니온’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아르바이트, 서비스업 등과 같이 기존 노동조합으로 포괄되지 못한 이들과 함께 청년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설립되었다.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인 청년들은 ‘청년 유니온’의 활동으로 경쟁에서 밀려난 자신을 패배자라 낙인찍고 직장에서의 부당한 대우가 내가 못난 탓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성공신화 속에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의 속성을 똑바로 직시하게 되고, 돈과 성공으로 견고하게 다져진 세상에서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함께 목소리 높이고 연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아간다. 반값 등록금 시행, 최저임금제 인상, 주휴 수당 보장, 노동조합 승인을 위한 투쟁 과정은 대한민국 사회가 청년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카메라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연대!

사람들에게 <청춘유예>를 소개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감독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한 청년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들이 울고 있을 때 함께 슬퍼하고, 웃고 있을 때 함께 기뻐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아낌없이 격려한다. 뷰파인더 속 대상과 나를 동일시하는 건 다큐멘터리리스트로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목소리를, 아픔과 고통을, 그들의 언어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의지를 상실한 대한민국에서 <청춘유예>가 세련되진 않지만 그 어떤 보석보다 귀하게 다가오는 건 나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 글: 박배일(다큐멘터리 감독)





작품정보


춘유예 안창규2012ㅣ86min

경쟁사회에 길들여져 청춘을 유예당한 청년들. 아프고 힘겨운 현실 속에 2010년 한국 최초 2, 30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세대별 노조 ‘청년 유니온’이 출범한다. 살기 힘든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도전장을 내민 청년들의 좌충우돌 작은 반란! 



*'공동체상영' 문의는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02-337-2135 / cinemadal@cinemadal.com)로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