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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미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더 지났다. 그러나 후쿠시마도, 체르노빌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발표된 이홍기 감독의 '0.23 μsv-후쿠시마의 미래'라는 다큐멘터리는 사고 후 2년이 지난 현재 후쿠시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많은 피해주민이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구호품으로 살아가고 있고, 사고지점에서 20㎞ 정도 떨어진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방사능수치가 높아 비닐을 덮어놓은 모래밭 옆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정부도, 매스컴도 말해주지 않는 후쿠시마의 미래를 알기 위해 17명의 평범한 일본 시민이 조사팀을 꾸려 26년 전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을 방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착한 이들이 검문소를 통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고간 방사능측정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속 울려댄다. 체르노빌에서 3㎞ 떨어져 있던 도시 프리야파티는 사람 하나 살 수 없는 완전 폐허가 되었고, 그 곳 하수구에서는 허용치의 300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된다. 사고 후 26년이 지났어도 체르노빌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 끝을 알 수 없다. 사고발생 후 급격히 높아진 암 발병률, 소아백혈병의 급증…. 체르노빌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 속에 자신들의 두려운 미래가 겹쳐지면서 방문자들은 숙연해진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에 나오는 0.23 마이크로시버트는 일본 정부가 정한 대기중 방사능허용치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 기준치라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이 기준치는 지상 1m 지점을 기준으로 하는데, 지상 1m에서는 기준치 이하이지만 지상 50㎝의 방사능이 기준치의 3배에 달하는 곳에서 젊은 엄마는 아기를 키우고 있다. 또 집 뒤의 오염된 숲으로부터 바람에 방사능이 계속 불어와도 그것은 측정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무리 저선량이라 해도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는다는 사실, 즉 의학적으로는 기준치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진실을 알아도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되어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삶을 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에서 30㎞ 떨어진 미나미소마의 한 임산부는 만삭의 배를 하고 두려움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이를 낳겠다고 한다. 무모한 것 같아도 사실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만큼 핵발전이 비인간적, 반생명적임을 드러내는 것도 없다.


핵발전의 핵심인 핵분열은 생명체가 서식하는 자연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구별이 형성되는 아득하게 긴 시간 동안 핵분열을 다 일으켜서 방사능이 사라지고 안정적이 된 후에야 지구상에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핵분열이란 그런 지구현상을 거꾸로 돌려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계에 없는 물질의 운동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것이고, 그 결과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방사능 물질이 일상세계에 쏟아져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핵분열 현상은 모든 생명체의 안전을 위협한다. 왜냐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는 물질세계의 안전성이 원자핵의 안정성에 근거하고 있고, 핵분열이란 바로 그 원자핵의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고,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 만든 기계 역시 완전하지 못하다. 게다가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 완전하지 못한 기계를 움직이니 사고는 피할 수 없다. 사고의 위험이야 어디에든 있는 것이지만, 핵발전의 문제는 그 피해의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영원이라고 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만의 문제일까? 사실 나로서는 북한 핵무기보다 지은 지 30년이 훨씬 넘은 고리 핵발전소가 더 무섭다. 정말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없지 않은가. 





/ 박경미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





작품정보


0.23 μSV - 후쿠시마의 미래 이홍기 | 2013 | 68min

아무도 알 수 없는 후쿠시마의 미래를 찾아서

17인의 시민들이 위험한 여정에 나섰다.

과연 그들이 찾은 일본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공동체상영' 문의는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02-337-2135)로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