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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구조가 아이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길까

<야간비행> 이송희일 감독





이송희일 감독은 영화제가 반환점을 막 돌았을 때 전주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토리노LGBT영화제가 이송희일 감독의 전작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열었는데, 두 영화제의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국내 첫 공개된 그의 신작 <야간비행>은 한때 친했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 소원해진, 기웅(이재준), 용주(곽시양), 기택(최준하) 세 친구의 성장 드라마다. 학교폭력, 결손가정 아동 문제, 왕따 문제, 게이 문제 등 사회의 여러 구조적 문제를 건드린다.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토리노LGBT영화제에서 <야간비행>이 먼저 공개됐다. 관객 반응은 어땠나.

=베를린에서는 반응이 좋았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토리노에서는 관객 반응을 확인하지 못했다. <야간비행>이 상영하던 날 전주로 가야 했다.



-<탈주>(2010) 이후 4년 만의 장편영화다.

=캐스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겨우 캐스팅을 한 뒤 촬영에 들어가려니까 너무 준비가 안 돼서 이래도 되나 싶었다.



-<야간비행>은 <지난여름, 갑자기> <백야> <남쪽으로 간다> 등 세 중편을 묶은 ‘이송희일 퀴어 연작 시리즈’를 찍기 전부터 준비했던 프로젝트다.

=완성도를 갖춘 대안 드라마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몇몇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당시 투자자가 드라마로 찍기 전에 장편영화로 먼저 제작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편당 제작비가 부족했다. 그래서 드라마의 1화를 확장해 장편영화로만 찍게 됐다.



-<야간비행>을 준비하던 중 2012년에 <지난여름, 갑자기> <백야> <남쪽으로 간다>를 먼저 찍었다. <야간비행>은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학생(한주완)의 유혹에 흔들리는 선생(김영재)의 이야기인 <지난여름, 갑자기>의 프리퀄이기도 하다.

=시나리오의 처음 버전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지난여름, 갑자기>의 그 선생이 학생과 사귀다가 들켜 지방으로 좌천된다. 그 학교에서 <야간비행>의 주인공인 용주와 기웅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얽히고설키는 이야기였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퀴어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야간비행>을 함께하자고 했던 (김)영재한테는 미안하게 됐지만, 선생 분량이 날아가버렸다.



-영화는 기웅, 용주, 기택 세 친구를 통해 학교와 사회의 여러 구조적 문제를 다룬다.

=왕따를 당하던 한 소년이 자살 직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개를 파묻고 눈물 흘리는 CCTV 영상을 보고 너무 놀랐다. 학교 시스템의 여러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의 성장담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문제를 다룰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기숙사라든가 친구들과의 관계라든가 학교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시나리오가 늘어났다. 처음 썼던 버전에서 많이 들어내야 했다.



-어떤 부분을 들어냈나.

=학교 일진의 2인자이자 전교 3등의 우등생인 성진(김창환) 같은 악역을 했던 몇몇 친구들의 분량을 많이 들어냈다. 걔들도 어쩔 수 없는 학교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야기의 흐름상 뺄 수밖에 없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성진 역시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낸 괴물이자 피해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걸 좀더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있었다. 성진과 그의 엄마의 문제를 드러내는 신이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감독 버전을 DVD에 수록할 생각이다.



-기웅, 용주, 기택을 연기했던 이재준, 곽시양, 최준하한테 특별히 주문한 건 뭔가.

=기웅, 용주, 기택 세 캐릭터 모두 양면성을 가진 친구들이다. 성장 과정에서 곱게 자란 용주나 기택과 달리 기웅은 가난한 노동자의 아이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겪었던 상처나 결핍이 드러나길 원했다.



-기웅와 용주의 퀴어보다 학교 시스템의 문제가 눈에 더 들어오는 작품 같다.

=그래서 답답하고, 화가 났다. 정사 신이 없는 드라마인데도 캐스팅하는 데 어려웠다. 이 영화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성장담일 뿐이다.



-8월 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제가 끝나면 좀더 손을 볼 거다.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잠을 잘 못 잤다. 머릿속에 자꾸 편집 생각나니까. 배운 것도 많다. 주로 두 주인공이 서사를 이끌어갔던 전작 <후회하지 않아>나 <탈주>와 달리 여러 인물을 한꺼번에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주에 오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막상 도착하니 관객이 어떻게 볼까 긴장된다. (웃음) 



/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