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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굴 가이드>는 김미월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으로 진지한 고독으로 완벽히 덮여 있는 외톨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를 행복하게 풀어내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유년시절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들의 힘겨운 삶의 모습을 접하며,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삶의 질감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재기발랄한 문장과 진지한 주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펼쳐지는 김미월의 첫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반디북 제공] 
 

책 <서울 동굴 가이드> 저자, 김미월 작가가 <살기 위하여> 를 보고 리뷰를 보내주셨습니다. 
몸이 아프신대도 불구하고 정성껏 리뷰를 써주신 (미모의) 김미월 작가!
<살기 위하여>를 보시고 너무 많이 울었다고 하시네요
김미월 작가의 리뷰, 지금 공개합니다!

 

옆자리 관객과 당신이 나눌 수 있는 것
김미월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내 옆자리의 관객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장지를 건네주자 그녀는 묻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질 싸움을 저렇게 열심히 했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파요.”

어차피 질 싸움을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한다. 지든 말든 싸울 수밖에 없었다. 싸움의 명분이 ‘생존’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국과 민족과 역사와 민주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살기 위하여’ 싸웠다. 살기 위하여.

이 영화는 정부의 새만금 간척 사업을 둘러싼 계화도 주민들의 투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렇다. 투쟁이다. 바다와 삶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의심한 적 없던, 갯벌에서 그레질로 조개 잡고 물고기 잡으며 까맣게 탄 얼굴로 행복해하던, 이 순박한 어부들을 정부는 투쟁이라는 구호를 스스럼없이 입에 담는 싸움꾼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방조제 아래 배들을 정박시켜 물막이 공사를 저지한다. 농림부 건물로 몰려가 항의를 하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 얻는 것 없이 잃기만 하는 싸움을 카메라는 시종 무심하게 따라간다.

새만금 간척은 정말로 모두에게 득이 되는 사업인가? 설령 그렇다 해도 경제적으로 득이 되기만 한다면 나머지 문제들은 무시해도 되는가? 생태계가 파괴되고, 바다 생물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오랜 세월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어부들이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살 일이 막막해져도 말이다. 

정부와 새만금 지역 주민들을 제외한, 아니 정부도 빼고, 새만금 지역 주민들을 제외한, 이 세상 모두가 잊고 지냈던 해묵은 질문들을 이 영화는 스크린 밖으로 던진다. 관객은 피할 도리가 없다. 픽션이 아니므로. 이 영화에는 허구의 말랑말랑함과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이 거세된, 오직 실화의 강퍅함과 거칢과 딱딱함만 있으므로. 그래서 관객은 잠시 할 말을 잊게 된다. 여기서 누군가 웃는다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울고 있는 것이 세상임을 잊고 살았던 것이 문득 미안해서. 여기서 홀로 웃고만 있었던 것이 문득 부끄러워서.

이 영화에는 기교가 없다. 정교하게 짜인 플롯이나 극적인 효과 장치도 없다. 영웅적인 캐릭터도 없고 풍성한 내러티브도 없다. 문자 그대로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그럼에도 한 장면 한 장면이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결코 마음을 놓거나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든다. 화장지도 없이 상영관을 찾은 관객이 화장지를 건네는 옆자리 관객과 함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다고 할까. 다큐의 현실성이 오히려 비현실성에 기반한 드라마적 감동을 이끌어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아마 그 힘의 원천은 진정성에 있을 것이다. ‘살기 위해서’라는 투박한 제목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날것의 표정과 말과 행동이, 싸움에 졌지만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는 그들의 쓸쓸한 희망이, 영화표 값 7000원을 건지고 돌아가겠다는 관객들의 이해타산 심리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진짜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 한 사람이 죽을 때에도 관객은 영화배우가 죽음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계화도 주민이 실제로 죽은 것임을 안다. 그래서 그 충격과 분노와 슬픔 또한 자연스럽게 진짜가 된다.

<살기 위하여>는 절망을 이야기할 때 세상의 모든 불행을 혼자 짊어지고 있다는 절규의 포즈나 비극보다 더 비극적으로 편집한 영상 대신, 현실의 건조하고 밋밋한 풍경들을 가감 없이 나열하는 것이 한층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여주면서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 이강길 감독이 무려 10년 동안이나 계화도에서 그곳 주민들과 어울려 살다시피 하며 이 작품을 찍었다는 영화 뒷이야기가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그래서 더 순수하고 강력하고 뿌리 깊은 절망을 관객에게 안겨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드물고 귀한 작품이다. 

포도주의 맛을 보기 위해 그것을 한 병 다 마실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살기 위하여>의 드물고 귀한 맛을 보려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아야 한다. 상영관에 갈 때 눈물을 닦을 화장지는 가져가도 좋고 가져가지 않아도 좋다. 당신 옆자리에 앉은 관객이 화장지를 가져왔을 수도 있고 가져오지 않았을 수도 있듯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당신들이 함께 나눌 감동의 크기에 비하면 말이다.

영화는 짧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많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애석하게도 이것이 전부다. 어떤 찬사도 이 영화 자체보다 눈부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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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월 작가의 <서울 동굴 가이드>

 



< 서울 동굴 가이드>는 김미월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으로 진지한 고독으로 완벽히 덮여 있는 외톨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를 행복하게 풀어내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유년시절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들의 힘겨운 삶의 모습을 접하며,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삶의 질감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재기발랄한 문장과 진지한 주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펼쳐지는 김미월의 첫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반디북 제공]


김미월 작가 소개

1977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했다. 고려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로 등단했으며, 현재 소설 쓰기와 아울러 어린이 책을 번역,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모닝365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