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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어제 막을 내린 2009 다큐멘터리 쇼케이스DDD Project 에서
푸른영상 대추리 삼부작 중 최종판이라고 볼 수 있는 <대추리에 살다>를 본 기자의 후기입니다.
영화속에서 들리던 그 소름돋던 소리, '그저 삶'일 뿐인 마을 사람들과 지킴이들의 일상을 짓 밟고 들어선 그들의 군화발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합니다. 영화는 이제 마감되었지만 현실은 대추리 하나로 끝나는 일은 분명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합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일이 '잊는 것', '잊혀지는 것'이니까요..

 




[바이러스] "내년에도 이 땅에서 김치를 담글 수 있을까"

[영화万보기] SPECIAL : 2006 ~ 2007 대추리 주민과 지킴이들의 삶을 기록하다,
               「대추리에 살다」





ⓒ 정일건 / 푸른영상


* 일부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기자에게 있어 대추리는 삶과 밀접한 곳이었다. 텅 빈 대추초등학교에 풍물패를 만들고 대추리 미군 기지 반대 운동을 하다가 체포하는 고난을 겪은 송영민 전 평택두레풍물보존회 단장은 중학교 때 사물놀이 특활반 선생이었다. 2006년 초여름, 그 대신 경찰이 학교에 찾아왔던 적이 있었다. 경찰들은 사물놀이반이 사용하는 교실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이상한 물건'이 없냐고 물었다. 평택역 광장은 만날 대추리를 지켜내자는 사람들의 시위로 가득했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서 대추리 앞까지 혼자 버스를 타고 가기도 했지만 '어린 애는 집에나 가라'는 경찰 아저씨의 말만 듣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샌가, 대추리는 잊혀진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잊혀져 가던 대추리가 다시 되살아났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전문 배급사 시네마 달이 주최하는 독립 영화 쇼케이스전 '2009 DDD Project'에 초대를 받고 시간표를 뒤적이던 중에 「대추리에 살다」(감독 정일건 / 제작 푸른영상 / 배급 시네마 달)라는 제목의 영화를 발견했다. 당장 기획팀 관계자에게 보러 가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원래 이 영화와 같이 전날에 상영한 「개청춘」 - 20대의 삶을 다룬 영화이다. - 을 보러 가기로 했었으나, 일정이 안 되어 결국 가지 못 하고 말았다.) 메일을 보내고, 쇼케이스전이 벌어지는 명동 인디스페이스까지 가는 동안 어린 시절과 대추리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언제나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그렇듯이, 내부는 매우 한산했다. 기자 앞에 앉은 사람들이 서로 친한 듯이 보였다. 각자의 근황을 묻고서 담소를 나누었다. 알고보니 그들은 대추리에서 지킴이로 서로 만난 사람들과 대추리 전 이장 김지태 씨였다. 한 동안 삶에 치여 만나지 못 하다가 이번 영화 상영을 계기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러온 사람 대부분은 대추리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얘기도 함께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 앉은 사람 대부분은 서로를 잘 아는 눈치였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허락을 받고 관객석을 촬영하였다. 관객 중 대부분은 서로 대추리에서 만나 아는 사이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성상민


영화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대추리 주민들과 '지킴이' (대추리 · 도두리 미군 기지 이전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불렀다. 감독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들의 삶을 다룬다. 도시 생활만 해온 지킴이들이 사람이 떠난 빈 집에 들어가 시골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집을 고치고, 모종을 심는다. 그러는 사이에 정부의 압박은 점점 거세져간다. 국방부는 2006년 초에 대추리 · 도두리 지역을 군사 시설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였다. 버스를 타고 밖에 나가 식료품을 사오는 소소한 일에도 경찰들은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마을을 가꾸고 지키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찾아가 어렸을 적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함께 본다. 다른 지역 농촌 사람들과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을 보냈다. 학교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대추리에 살고 있고 정부에게서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지킴이들은 이야기를 모두 듣고서 주민들의 삶과 일상을 담은 작은 전시관을 만든다. 정부가 한창 보상에만 빠져 있을 때,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자신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려간다. 작은 저항이다.

그 와중에도 정부는 준비를 멈추지 않는다. 철조망을 촘촘히 심고, 곳곳에 감시 초소를 세운다. 주민들이 지나가는 골목길 곳곳을 전경들로 에워싼다. 마을 어른의 호소에 마지못해 길을 비키면서도 모종을 마구 짖밟으면서 밭 사이를 지나간다. 그리고 마침내는 포크레인으로 집을 허물기 시작한다. (작 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때, 대추초등학교가 부서졌다. 풍물패, 예술인, 주민, 지킴이가 모이던 장이었던 초등학교는 포크레인의 공격에 힘없이 바스라졌다.) 경악을 지르고, 지붕 위에 올라가 맞서기도 해보지만 그들의 호소는 정처없이 흩어져 간다.

온갖 장면에서 희비가 교차한다. 조선일보에서 '미군 기지 이전 계획 전면 보류'라는 기사가 나오자 마을 전체가 들떠 축제를 벌이지만, 그 다음 날 오보로 밝혀지고 나서는 정처없는 침묵에 빠져든다. 대추리 미군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평택, 서울의 거리로 나와서 행진을 하지만 정부의 계획에는 계속 박차가 가해진다. 안정리에서는 주한 미군기지 K-6와 평택시가 주관으로 펼쳐진 관제 행사 '한미 한마음 축제'가 열린다. 흥겨운 축제지만 속에는 계속 씁슬한 인상이 비춰진다. 미군들은 평택 미군 기지 이전에 대해서 "돈을 주고서 이전을 하는 것이니 괜찮지 않느냐." 등의 피상적인 인식만 할 뿐이다. 한 지역 주민은 혀를 차며 "축제 때만 사람이 많지 평소에는 죽어있다.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국 기지촌은 다 저렇다."는 말을 하면서 축제가 열리는 특설 무대를 바라본다.

정부의 거센 사업 추진에 저항은 계속 좌절되고, 지친 주민들은 계속 떠나간다. 태어나고 자란 이 땅에서 계속 살고 싶어하지만 깊게 퍼진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과 땅을 버리고 보상금을 받고서 떠난다. 남은 자들은 저항과 타협의 한 가운데에서 논쟁을 벌인다.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사이는 점점 서먹해져 가고, 결국 주민들은 장기 이주 지역을 조성한다는 조건 아래 마을에서 떠나기로 정부와 합의를 본다. 지킴이들은 이 현실을 아쉬어 하면서도, 자신들의 한계에 뼈저리게 고통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2007년 봄 무너진 대추초등학교 운동장에 자신들이 추억이 담긴 물건을 묻고서 지신 밟기를 한 뒤, 대이주가 벌어진다. 그리고 대추리에는 그 동안 주민들과 지킴이가 함께 했던 흔적만 남는다.

떠난 사람도, 남은 사람도 욕 할 수 없다. 어떤 저항도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했고 그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갈등이 정부의 전면적 개입으로 인해 촉발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은 건물만 부신 것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사이의 유대를 부시고, 생태계를 부신다. 무너져 가는 집과 파편들 사이에서 거미는 살려고 몸부림을 친다. 철조망, 콘크리트, 그리고 군인과 전경들의 발걸음에 논에 자라던 생명은 죽음을 맞이 한다. 모두가 떠나간 집에서 제비가 펄럭이며 나는 모습에 자연스레 분위기가 숙연해 졌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인 'D-TALK'가 시작되었다. 사회는 맹수진 영화평론가가 맡았다. 정일건 감독은 "우연치 않게 대추리에 대한 영화 삼 부작을 만들게 되었다." (제작사 푸른영상에서는 대추리에 관한 영화로 2005년 「대추리 전쟁」, 2006년 「길」을 제작 했었다.) 며 "이번 작품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고 밝혔다.

"타협과 저항 속에서 어떤 길을 택했어야 했나."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계속 정부에 맞서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는 어떤 길을 택하든 결국 주민들은 대추리에서 몰아 냈을 것이다." 는 답변이 돌아왔다. 덧붙여 "올해 초 용산에서 일어난 것처럼, 정부는 계속 터전에서 원주민들을 강제로 이주 시키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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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정보 


대추리에 살다ㅣ정일건 ㅣ 2009 ㅣ 81min
2006년 5월, 한 시골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졌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대추리는 고립된 섬과 같았다. 반복되는 통제와 철거의 위협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대추리에는 지킴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