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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위크] 서울독립영화제① 지친 시대를 위한 희망가




땅의 여자 권우정 감독(대상 본선수상작)



권우정 감독은 대학 시절 농활을 열여섯 번 갔다. 경북 안동 출신이지만 고작 네 살 때 서울로 이사한 그녀는 도시와는 이질적인 농촌의 공간에 매력을 느꼈다.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다큐인’에 들어가 본격적인 농촌 다큐멘터리에 착수할 무렵, 수입 개방으로 인해 국내 오렌지 가격이 폭락했다. 촬영차 시골에 내려가 있던 그녀는 알고 지내던 농민 네 사람의 자살을 바로 곁에서 목도해야 했다.

독립 다큐멘터리의 소명은 소외된 이들을 끌어안는 것이 아니던가. 농민을 ‘죽이는’ 농업 정책에 분노한 그녀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도시와 농촌 사이의 ‘거리감’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촌의 현실을 양지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이 거리감의 해결이 시급했다. “도시 사람이든 농민이든 같은 삶을 산다는 것부터 알려야 했어요. 농촌 자체보다는 농가와, 농민으로 이야기를 구체화해야 했죠.”

<땅의 여자>는 권우정 감독이 구상한 이러한 과정을 오롯이 체화한 다큐멘터리다. 주인공은 경남 진주시의 세 명의 여성 농민 강선희와 변은주 그리고 소희주. 권우정 감독이 이들을 처음 만난 곳은 2005년 홍콩에서 열린 WTO 반대 운동 현장이었다. 제일 맏이인 ‘선희 언니’는 시어머니와 시위에 동반 참석했다고. 열정적으로 농성했던 ‘은주 언니’와 ‘희주 언니’도 눈에 띄었다. 권우정 감독은 그들의 일상이 궁금했다.

그녀가 세 사람을 다시 만난 건 반 년가량이 지나서였다. 처음에는 여성 농민 커뮤니티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취재였다. 하지만 그들과 재회하면서 점차 관심사가 여성 농민의 길을 선택한 그들의 꿈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여정으로 옮아가게 됐다. 결국 <땅의 여자>는 이 세 언니들의 개인적인 대소사까지를 아우르는 인물 밀착형 다큐멘터리로 완성됐다. 포부가 뚜렷한 선희 언니와 자신의 꿈을 찾아나선 은주 언니, 농민 운동을 낙천적으로 병행하는 희주 언니의 이야기.

그들과 일 년 반 동안 동고동락하며 좇은 그 꿈의 궤적은 때로는 풍파를 겪었지만 옹이 진 나무처럼 단단하게 뻗어나갔다. 내년에는 개봉까지 기다리는 상황. 여성 농민이라는 특수한 소재로 시작했지만 <땅의 여자>는 결국 힘겨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응원이라고, 권우정 감독은 말한다. “현실이 희망적이지는 않잖아요. 힘든 일도, 행복한 일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고 싶었어요. 언니들처럼 낙천적으로, 꿈을 잃지말라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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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정보

땅의 여자  권우정 l 2009 l 95min
영화는 이 땅에서 여전히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두 이름,  ‘여성’과 ‘농민’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1여 년에 걸친 행보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