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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에 특별연재되고 있는 <경계도시2> 지지 릴레이 리뷰입니다.
7번째 리뷰는 인권영화제 활동가  '하라'님이 써주셨네요. 
글 맨 아래로 가시면 그동안의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특별기고] 어게인 경계인 - 경계에 갇힌 우리의 초상
[이슈 인 시네마] <경계도시 2> 지지 릴레이 리뷰 (7)


※ 2003년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무려 37년만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벌어진 마녀사냥 광풍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 <경계도시 2>가 오늘(1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 회 각계 인사들이 개봉 전부터 이 영화에 응원을 보내며 프레시안에 릴레이 지지 리뷰를 기고해오고 있는 가운데, 일곱 번째 지지리뷰가 도착했다. 인권영화제에서 '하라'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활동가가 보내온 글이다. - 편집자 주

경 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부정적 인식의 근원이다. 경계는 소통을 가로막고 오해를 낳는다. 오해는 대립과 증오로 번지기도 한다. 우리는 역사와 시대 속에서 단단한 경계를 수없이 보아왔고 스스로 체화하며 살고 있다. 경계 안의 '우리'는 끈끈한 일체를 이루며 경계 밖의 저들은 하나의 대상이자 적이다. 경계는 너와 나 사이에 위치해 상대를 타자화하고 대상화 시킨다는데 본질적 문제가 있다.

그 경계를 줄타기하며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이름 붙인 이가 있다.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 전편 <경계도시>를 보았을 때 경계인이라는 말의 어감과 그 사람이 썩 멋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담담히 그의 말과 그를 둘러싼 주변 상황을 들려주었다. 관객은 어느새 그를 닮아갔고 한 경계인의 미래를 애정과 연민어린 눈빛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강산이 바뀌어가는 지금, 2003년의 모습으로 경계인이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경계도시 2>는 불편하다. 주류언론을 통해 그의 정체성을 묻고 그것을 nationality와 동일시해온 우리는 사건 당시를 곱씹는다. 자기안의 폭력성을 새삼 느끼며 그것이 2003년의 일이라 다행스럽다가도 여전히 부끄럽다.


<경계도시 2>


2003년 9월 송교수가 귀국한다. 37년만이다. 귀국 직후의 호의적 여론도 잠시, 한국사회는 그를 둘러싸고 매서운 광풍이 분다. 국정원과 검찰의 13차례에 걸친 조사와 보수언론의 여론몰이로 그는 '노동당원 김철수'로 국민들에게 인식된다. 인간 송두율에게 애정과 지지를 보내던 사람들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보수 세력은 때를 놓치지 않고 그를 물어뜯는다. 그에 대한 공격은 곧 진보진영 전체의 타격으로 번진다. 쉴새없이 이뤄지는 조사와 여론의 뭇매에 그는 피곤해한다. <경계도시 1>에서 보였던 여유와 미소는 사라진지 오래다.

비대위는 송교수 때문에 운동 전체의 위기가 오고 있다며 전향과 타협을 종용한다. 그들의 '연대의식'은 이렇게 한 인간의 사상과 신념을 위협한다. 진보매체 또한 '노동당 김철수'와 자신들의 정체성에 거리를 두며 그를 질타한다. 그에 대한 비판을 방패삼아 우리는 송두율과 다르다고 항변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세와 누구나 그에게 훈수를 던지는 마당에 정작 송교수는 거의 침묵으로 일관한다. 빨갱이라는 금기어가 다시 사회 전면으로 떠오른다. 우익 단체들은 집회를 열어 그를 비난하고 사형을 시키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송두율은 이미 하나의 인격이 아닌 사상 혹은 정체성과 같은 무형의 경계지점이 되었다.

언론은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스캔들을 다루는 것과 다름없는 태도를 취한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송교수의 통일 철학에 대해서는 무지한 기자들의 취재행태는 폭력에 가깝다. 그 기사들은 광화문 네거리 전광판에서 국민들의 의식을 조종한다. 사람들은 그가 김철수냐 아니냐에만 열을 올릴 뿐 세계적인 주체철학자이자 민족평화운동에 앞장서는 지식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감독의 말대로 '한 망명지식인의 귀국을 통해서 본 21세기 대한민국의 초상'에서 '여전히 폭력적 이데올로기가 횡행하는 21세기 한국 사회'로 영화의 포커스가 옮겨진다.

송교수에 대한 사회의 논쟁은 사실 예상된 것이었다. 철조망과 지뢰의 경계 안에 사는 이 사회에서 경계 밖의 타인은 '외계인'일 뿐이다. 스스로 경계인이 되고자 한 지식인은 그렇기 때문에 온갖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귀국하자 사회의 논쟁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귀국 후부터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뉴스메이커가 되었고 그 논쟁의 결과가 향후 한국사회의 시금석이라도 되는 양 누구나 훈수를 두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 사회에서는 같은 경계 안에 속함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자신의 정체성을 국가와 동일시해야만 했다.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경계 밖 인물이 우리 안의 타자를 발견하자며, 경계를 허물자며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칭했을 때 이 사회는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경계를 밟고 서있지 말고 이쪽 아니면 저쪽을 선택하라고 윽박지를 뿐이었다. 그의 평생에 걸친 철학과 학문적 성과는 이 사회에서 한낱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사회는 색안경을 끼고 그의 신념을 감시하며 배후를 캐내겠다고 했다. 결국 그는 전향을 선언하며 경계인의 정체성을 양보하기에 이른다. 평생의 신념을 벗어버리는 것, 그것은 생살을 찢는 고통이었으리라. 그러나 그의 진정성은 중화되고 왜곡되어 결국 구속수감 되기에 이른다. 동시에 언론은 더 이상 먹을게 없다는 듯 관심을 '버린다'. 그렇게 그는 '거물간첩'이라 불렸고 우리에겐 '송두율 구속'에 대한 이미지만 남았다. 하나의 인격과 대안적 철학의 매장은 이처럼 사회의 이름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독일에서 출국할 때의 송교수와 가족들의 설렘은 고국에서의 절망이 된다. 그 철저하고 무자비한 공격은 야만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결국 그는 한국에 돌아온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이제 6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광풍을 만난다. 현재의 사안이 아니어서인지 조금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당시를 볼 수 있겠다. 이제는 그때는 왜 그랬을까 하며 자책할 수 있겠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되었다. 그의 철학이 우리 정체성을
전복하는 것이라고, 전향은 당연하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북한 서열 24위 김철수가 맞는지에만 관심을 갖고 가십거리인 듯 배후 찾기에만 골몰해서는 안 되었다. 진보를 운위하며 그에게 '이렇게 하라'고 끊임없이 종용하고 요구하면 안 되었다. '경계인'이라는 대안적 담론의 그림자조차 허용하지 않는 강퍅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되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문제제기한 내용들은 송교수의 본질과 어긋난 것이었다. 그의 철학이 통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와 역사의 관계에 있어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담론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전투구를 벌이던 좌우의 대립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었다. 송교수의 귀국과 당시의 광풍은 사회의 야만성을 스스로 내보인 것 이상의 가치를 갖지 못했다. 문제의식과 담론의 출발점부터 레드컴플렉스의 경계 속에서 찾
<경계도시 2>포스터

은 수준 낮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 시간이 조금 지났다. 송교수는 무죄판결을 받고 독일로 돌아갔고 사회는 그를 금세 잊었다. 그리고 우리 앞으로 <경계도시2>가 돌아왔다. 이 엄청난 화두를 이제는 제대로 통찰하고 그 안에서 생산적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6년의 시간만큼 사회는 성숙했는가. 경계도시 안에 사는 우리들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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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가능했던 한 민족주의자의 귀환 - 이택광 문화평론가 · 경희대학교 교수
<5> 우리 안의 송두율, 망각과 기억 사이 -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4> 2003 년 그리고 2010년,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거대한 질문 - 김이환 소설가
<3> 사라진 경계도시를 기억하기 : <경계도시 2>를 감상하는 두 가지 시선 - 이희영 대구대학교 교수
<2>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 - 추민주 명랑씨어터 '수박' 대표
<1> 채플린과 007, 그리고 <경계도시2> - 서복경 서강대학교 교수






<경계도시2> (연출 홍형숙 ㅣ 배급 시네마 달)

개봉일 : 2010년 3월 18일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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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도시2  홍형숙 ㅣ2009 ㅣ104min
2003 년,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37년만의 귀국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는 열흘만에 ‘해방 이후 최대의 거물간첩’으로 추락하고, 한국사회는 레드 컴플렉스의 광풍이 불어온다. 그리고 그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친구들조차 공포스러운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2003년 그는 스파이였고, 2009년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 그때 그의 죄는 과연 무엇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