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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독자칼럼] 결국 나의 죄는 무엇이었나 / 오원주
    
   
송두율 교수를 간첩으로 몰아간
우리 안의 국가보안법
흔들리는 카메라에 비친 실체는
결국 이땅에 발붙인 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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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도시의 불빛만큼이나 혼란한 시선을 연방 흔들리는 카메라로 잡아내는 영화 <경계도시 2>. 이는 2003년 ‘희대의 거물 간첩 사건’으로 국내를 떠들썩하게 뒤집은 송두율 교수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그를 간첩으로 몰고 간 ‘우리 안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그것을 앎에도 극복하지 못하는 지식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이 영화는 이 땅에 발붙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2003년 그는 스파이였고, 2010년 그는 스파이가 아니었다. 결국 그의 죄는 무엇이었나?”

답하기가 무척 곤란하다. 오히려 나의 죄는 무엇이었는지 묻게 된다. 나 역시 그저 씁쓸한 사건으로 치부하고 지나간 이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반공의식을 지닌 것도, 사회 현실에 무관심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적극적인 참여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던 열혈 대학생이었다. 그래서 더욱 당시 나의 무관심을 용서하기 어렵다. 어째서 그 광기의 시간에 별다른 고뇌 없이 학교를 다녔을까. 어째서 그 야만의 시간을 뇌리에 남겨두지 않았을까. 어째서 2004년 겨울, 천 명의 단식단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친 현장에는 있었으면서 불과 그 1년 전부터 2004년 중반까지 이어졌던 송두율 교수의 사건은 그 현장에서 떠올리지 못했을까.

사실상 전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를 국내로 불러들인 진보개혁 진영의 입장이었다. 너무 원칙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기술적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경계인’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말자고도 했다. 국내엔 태극기 휘두른 경계인이 수없이 많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다음 단계가 머지않아 있을 총선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종국에는 개인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문제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 높은 언성 속에서 송두율 교수는 주로 침묵을 지켰고, 함께 고통의 세월을 감내해온 그의 아내는 자신들이 백기투항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거듭 설명했다. 처연하게 설득했다. 집단의 무게감 앞에 궁색해질 때까지.

영화의 진행을 조금만 지켜봐도 알 수 있다. 감독이 이 영화를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사람들은 다름 아닌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길 바란다는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영화는 특히 이 사람들에게 묻는다. 국가보안법이 정말로 어디에 있는지 아냐고. 국가보안법은 우리 속에서부터 없어져야 진짜로 없앨 수 있는 거라고. 그러지 못했고, 지금도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21세기가 시작되고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이 흘러도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거라고.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은 채….





영화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마치 온전히 벗겨진, 선명한 실체만 보라는 듯했다. 자주 흔들리는 영상은 내용 특성상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다닌 결과겠지만, 그 자체가 감독 스스로 고백하기도 했던 내적 혼란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가 “송두율은 거짓말쟁이다”라고 외쳤다. 오랜 시간 송두율 교수와 함께했던 감독이라고 해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클로즈업한 송두율 교수의 어둡고 깊은 미간이 잊히지 않는다. 웃을 때 보면 장난기까지 엿보이는 선한 눈빛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그 주름. 주름을 타고 내려온 침통한 턱을 딱딱하고 마른 손가락으로 받친 채 그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속으로 삼켰을까.

“대나무의 뿌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가 죽고, 결국 대나무밭 전체가 죽고 맙니다.”

통일의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이 대나무의 비유를 들었다. 이는 비단 통일의 논리에만 적용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있지도 없지도 않은 모순의 적(북)을 설정한 사회에서 경계인으로, 화해자로 살고 싶은 학자의 양심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렇게 학자의 양심을 죽일 수 있는 사회는 과연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한 번 죽은 학자의 양심은 대나무밭과 같이 사회 전체에 그늘로 드리워지고 결국 그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분단의 사슬에 묶여 자기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는 마지막 경계도시.

그 실체를 확인하고 상영관을 나오며 스스로 거듭 물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의 죄는 무엇이었나?”

오원주 서울 광진구 자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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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도시2>개 봉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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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도 시2  홍형숙 ㅣ2009 ㅣ104min
2003 년,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37년만의 귀국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는 열흘만에 ‘해방 이후 최대의 거물간첩’으로 추락하고, 한국사회는 레드 컴플렉스의 광풍이 불어온다. 그리고 그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친구들조차 공포스러운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2003년 그는 스파이였고, 2009년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 그때 그의 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한국사회는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